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시론

[시론] 조두순의 출소를 바라보며…

오윤성 (순천향대 교수·경찰행정학과)


인간은 과거의 끔찍했던 기억을 끊어내려 애쓰며, 자신의 안전을 수시로 확인함으로써 마음의 안정을 추구하고자 한다. 에이브러햄 매슬로의 인간욕구 5단계 중 2단계인 안전의 욕구 때문이다. 12년 전 그날의 범행은 필설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잔인하고 악랄했다. 그날 이후 조두순이라는 세 글자는 국민의 머리에 깊이 각인되었고 집단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그런데 그 조두순이 전자발찌를 차고 사회로 돌아올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에게 짧게 느껴졌던 12년 동안의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애당초 저지른 범죄에 미치지 못하는 법률이 적용됐고, 술을 마셔 기억나지 않는다는 주장에 형량이 3년이나 줄었다. 담당 검사는 법원 판결에 항소도 하지 않았다. 잘못된 법률 적용과 심신미약에 대한 기계적 감경, 그리고 항소 포기 등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사법 시스템의 후유증은 고스란히 국민의 짐이 되었다. 그동안 조두순을 사회와 격리해 달라는 국민적 요구가 꾸준히 있었으나 이뤄지지 못했다. 내 아이도 당할 수 있다는 불안과 공포로 지역을 떠나겠다는 사람들, 심지어 그를 응징하겠다는 커뮤니티까지…. 그의 출소를 앞두고 우리 사회는 두려움과 혼란에 빠져 있다.

사건 이후 주취감경을 막고 아동 대상 성범죄자의 재범 위험을 줄이겠다는 취지의 ‘성폭력 처벌에 관한 특례법’ 개정으로 음주상태의 성범죄자에 대한 필요적 감경이 배제되었다. 지난해에는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의 출소 이후 전자발찌 부착 기간 연장을 골자로 하는 소위 조두순법이 마련되는 등 발전도 있었다. 그러나 전자발찌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최근에 여러 대책이 줄을 잇고 있다. 법무부는 조두순 출소 후 일대일 집중관리, 보호관찰소 감독 인력 증가, CCTV 추가 설치, 관제센터와 경찰을 연계하는 방안 등을 내놨다. 정치권에서는 ‘13세 미만 미성년자 대상 성폭력 범죄의 종신형 선고에 관한 특별법’, 피해 아동에 대한 접근금지 범위를 늘리는 일명 조두순접근금지법, 아동 청소년의 성 보호법 개정안 등을 제시했다. 이런 조치들이 쏟아져 나오는데도 왜 국민은 불안해할까.

조두순은 출소 후 피해자 거주지와 1㎞도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서 살게 된다고 한다. 기초생활수급자인 피해자와 가족은 다른 곳으로 이주하려 해도 형편상 불가능하다. 대학생인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앞으로 겪어야 할 고통과 불안은 우리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지난 12년 동안 뭘 하고 있다가 저런 상황이 되도록 내버려뒀을까. 조두순의 출소를 예상했으면서도 지금 와서 대책들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 국민은 마뜩잖다. 조두순의 신상을 알고 싶어도 접근 절차가 복잡하고 인권 보호라는 이유로 온라인상에 공유하는 것은 법적으로 처벌 대상이 된다. 외국에 비해 지극히 제한적이고 소극적인 여건이 불만인 것이다. 온 국민이 걱정하는 것이 과연 조두순이 당장 자기 아이를 해칠 가능성만을 생각해서일까. 피해자와 가족에 대한 감정이입으로 그들의 안위도 걱정되고 제2, 제3의 조두순에 대비한 강력하고 현실성 있는 대책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형기를 마친 아동 대상 성폭력범 등을 대상으로 일정 기간 사회와 격리해 추가 시설에서 치료를 이어나가는 보호수용제도도 갑론을박 중이다. 국민이 체감하는 피해자의 인권은 피의자의 인권보다 뒷전에 있다고 느껴져 왔었다. 외국처럼 각 죄에 정한 형을 합산·병과하는 병과주의를 도입해서라도 흉악범을 사회로부터 오래 격리하는 방안을 논의할 때가 됐다. 국민은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른 흉악범에게 그에 합당한 단죄가 이뤄지는 정의와 상식이 살아 있는 사회에서 살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오윤성 (순천향대 교수·경찰행정학과)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