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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은 왜 북한의 만행을 비판하지 않는가

문재인 대통령이 서해상에서 우리 국민이 북한 측에 피살된 지 엿새 만인 28일 직접 대국민 메시지를 내놨다. 정부가 국민의 안전을 지키지 못해 송구하다고 사과했지만, 비인도적으로 민간인을 살해한 북한의 만행을 지적하는 대목은 전혀 없었다. 북한에 요구한 것은 남북 간 군사통신선 재가동뿐이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사과한 것을 두고 ‘분명한 의지 표명’ ‘각별한 의미’ ‘사상 처음 있는 매우 이례적인 일’ ‘김 위원장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호평했다.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전반적인 국민 정서와 괴리돼 있음을 느끼게 하는, 부적절한 발언이다. 문재인정부가 북한에 대해서만 유난히 관대하다는 일각의 지적도 사실로 확인시켜준다.

문 대통령은 “이번 비극적 사건이 대화와 협력의 기회를 만들고 남북 관계를 진전시키는 계기로 반전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며칠 전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이번 사건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자고 했던 것과 다를 바 없는 발언이다. 남북 관계 개선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이다. 남북 관계 진전을 향한 대통령의 열망과 의지는 충분히 알겠다. 하지만 북한 최고지도자가 처음으로 사과했다고 그 사과에만 의미를 부여하고, 가해자와 만행에 대한 비판은 한마디도 꺼내지 않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대통령 발언이 나오기 전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여권 일각에서 우리 국민의 생명보다 남북 관계를 우선에 두는 듯한 시각은 교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귀담아 들어야 할 적절한 지적이다.

정부·여당이 지금 같은 상황에서 종전선언에 집착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선 여당 의원들이 발의한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과 북한 개별관광 허용 촉구 결의안이 상정됐다. 야당 의원들은 상황이 달라졌는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결의안을 처리하는 건 국민의 분노를 망각하는 것이라며 상정에 반대했지만 여당 의원은 “지금이 종전선언 추진의 적기”라고 주장했다. 미국 방문에 나선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당연히 (미국 측과) 종전선언을 논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이번 피살 사건 첩보를 인지하고도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강조한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송출해 논란을 빚었다. 지금이 종전선언을 추진할 때라는 정부의 신념에 동의할 국민이 얼마나 많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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