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량 뚝·가격은 쑥… ‘억지 정책’이 서울 전세파동 불렀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강행으로 전세 물량 급감·가격 상승 부채질


가을 이사 철을 맞았지만 서울 전월세 시장의 혼란은 끝없이 계속되고 있다. ‘임대차 3법’ 시행 이후인 8월부터 서울 전월세 거래량은 급감하고 있고 전셋값은 65주 연속 ‘고공행진’ 중이다.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과 재건축 실거주 의무 부여 등 시장원리를 무시하고 추진된 부동산 정책이 ‘전세 파동’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8일 서울시 부동산광장에 따르면 이달 들어 서울시 전체 전월세 거래는 총 5253건으로 지난달(9858건)의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1년 전인 지난해 9월 1만2499건과 비교해도 42.0% 수준에 불과하다. 2017년 현 정부 출범 이후 9월 전월세 거래량 가운데 최저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서울에서 전월세 거래가 1만 건 이하로 내려간 것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지난달이 처음이다.

거래량이 감소했지만 전셋값은 계속해서 고공행진 중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9월 3주 서울의 전세가격지수는 0.08% 오르며 지난해 7월 첫째주 이후 65주째 상승세를 이어왔다. 서울뿐만이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전세 물량이 감소하면서 전셋값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9월 3주 전국 17개 광역시·도에서는 제주도(-0.01%)를 제외한 전 지역의 전세가격지수가 상승했다.


통상 가을철은 2학기 개학과 맞물려 전세 수요가 늘어나는 시점이다. 하지만 올해는 정부의 부동산 관련 규제가 쏟아지면서 전세 공급이 줄고 거래량이 급감했다. 가장 큰 요인은 임대차보호법 개정이다. 세입자가 2년 더 거주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을 부여하면서 재계약 매물이 시장에 유통되지 않았기 때문에 공급이 감소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전월세 상한폭을 5%로 제한하면서 임차를 앞둔 집주인이 한꺼번에 2~4년치 전세 상승분을 당겨 받으려는 심리가 확산하면서 전세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 실제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7단지 105㎡ 아파트는 7월에만 해도 2억9000만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지만, 지난달에는 비슷한 층에서 한 달 새 3억7800만원으로 8000만원 넘게 뛰었다.

정부가 6·17 대책에서 재건축사업 조합원 자격을 얻기 위해 2년 이상 실거주 의무를 부여한 것도 전세 매물을 줄이는 요인이 됐다. 재건축 추진 아파트들은 보통 집주인 실거주보다는 세를 주는 경우가 많지만, 정부 규제로 재건축 추진 가능성이 큰 아파트의 경우 집주인들이 조합원 자격 획득을 위해 실거주하면서 전세 매물이 줄어들었다.

정부가 주택 매매 수요를 잠재우려고 공급 확대 계획을 밝히고 3기 신도시 등에 대한 사전청약을 확대한 점도 결과적으로는 전세 수요를 높이는 요인이 됐다. 정부는 당초 9000가구 수준이었던 사전분양 물량을 3만 가구 이상으로 늘려 사전 청약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5만3000가구(국토교통부 기준)로 예년에 비해 적지 않은데도 전세 파동이 초래된 것은 순전히 시장 논리는 무시하고 당위성으로 정책을 펼친 데서 비롯됐다”며 “전세가격 상승세가 지속하면 집값도 안 잡힌다”고 우려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3만6000가구로 올해의 3분의 2 수준으로 떨어진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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