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더 누그러진 文 대통령 메시지 “대화의 불씨 살려야”

최초 보고 땐 “국민이 분노할 일” 北 사과 평가 남북관계 개선 의지

국민의힘 의원들이 28일 국회 본청 앞에서 북한의 우리 공무원 사살 사건을 규탄하는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있다. 참석자들은 검은 정장에 검은 넥타이, 검은 마스크를 쓰고 가슴에 근조 리본을 달았다. 최종학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북한군의 우리 공무원 사살에 대한 대국민 메시지를 내면서 상당 부분을 북한의 사과 평가와 남북 관계 개선 의지를 강조하는 데 할애했다. 이번 사건을 “비극적”이라고 규정했지만 “대화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고도 했다. 북한군이 우리 국민을 참혹하게 사살한 일이 벌어졌음에도 ‘종전선언’을 말했던 유엔총회 연설 당시의 인식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유가족을 향해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월북 의사’ 여부를 두고 정부 조사와 희생자 가족의 주장이 엇갈리는 점을 고려한 듯 “어떻게 북한 해역으로 가게 됐는지 경위와 상관없이” 위로한다고 했다. 이어 “대단히 송구한 마음”이라며 “정부의 책무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했다. 이번 사건으로 북한에 들끓고 있는 국민 분노를 고려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북한 만행에 대한 태도는 오히려 사건 발표 당시인 지난 24일과 비교하면 크게 누그러졌다. 이튿날인 25일 북한이 보낸 사과 통지문,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대단히 미안하다”고 언급한 대목이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3일 공무원 사살 소식을 처음 보고받은 자리에서는 “사실로 밝혀지면 국민이 분노할 일”이라고 했다. 지난 2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 보고를 받은 자리에서도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북한 당국은 책임 있는 답변과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선 북한 통지문에 대해 “북한의 분명한 의지 표명” “각별한 의미” “매우 이례적인 일” 등의 표현을 썼다. 전날 문 대통령이 주재한 관계장관회의에서는 “북측의 신속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결과가 발표된 것을 재확인한 셈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의 통지문을 발표한 지난 25일 “이 통지문에 대해서 정부가 아직 어떤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은 예단하지 말아 달라”고 했었다. 하지만 사흘 만에 문 대통령이 이를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규정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사건 규명은커녕 희생자 이씨의 시신 수습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 관계를 진전시키는 반전 계기”를 언급했다. 이씨 사살 사건을 남북이 함께 공동 조사하는 것을 발판 삼아 그동안 단절됐던 남북 대화의 불씨도 살려보겠다는 뜻이다.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우리 국민 사살 등 계속된 도발에도 남북 대화 시도는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재확인 셈이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당장 제도적인 남북 협력으로 나아가지는 못하더라도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최저선은 어떤 경우에도 지켜나가야 한다”며 군사통신선을 우선 복구하자고 요청했다. 하지만 북한은 ‘통지문 사과’ 이후에도 통신선 복구에는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오히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지역을 수색 중인 우리 군을 향해 ‘무단침범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상황인식과 제안이 너무 앞서 나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강한 안보는 물론이고, 그래서 더욱 평화”라며 “문 대통령이 자주 인용하는 마하트마 간디의 말을 소개해드리고자 한다. ‘평화로 가는 길은 없다. 평화가 바로 길’”이라고 전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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