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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랏차차! ‘한가위 씨름판’ 유튜브로 달군다

부흥의 바람 불다 코로나가 찬물

수원시청의 임태혁(안쪽)이 지난해 8월 13일 전남 영암군 영암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위더스제약 2019 추석장사씨름대회’에서 최정만을 넘기고 있다. 임태혁은 이 대회에서 금강장사(90㎏이하급)에 등극했다. 대한씨름협회 제공

“추석은 저희들한테…올림픽 같은 거죠.” 수화기 속 수원시청 씨름단의 간판스타 임태혁(31)은 말했다. 그와 동료들은 지난 24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는 중이었다. 이날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후 서류를 제출해야 29일 강원도 영월에서 개막하는 ‘위더스제약 2020 추석장사씨름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겪어야 하는 평소와 달리 메이저 스포츠 대우를 받는 명절은 모래판 장사들에게 문자 그대로 ‘올림픽’이다.

특히나 이번 대회는 장사들에게 귀하다. 본래대로라면 연초부터 이 시점까지 7~8개 대회 정도는 치렀어야 했다. 그러나 올해 전국 씨름판의 장사들이 온전히 치른 대회는 설날장사대회와 단오장사대회뿐이다. 그렇잖아도 드문드문인 대회가 올해는 절반 이상 줄었다. 임태혁과 동갑인 동료 문형석은 “대회를 준비하다가 취소되는 일이 반복되면서 대회가 열리기까지 긴장감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동료들 사이 잔부상도 속출했다”고 말했다. 임태혁 역시 훈련 중 팔꿈치 부상을 입었다.

꿈에 그리던 ‘왁자지껄’ 씨름장

올해 설날장사대회까지만 해도 모래판에는 제 2의 전성기가 찾아오는 듯했다. 지난해 연말을 전후해 샅바싸움으로 다져진 탄탄한 근육질 몸매 씨름장사들이 SNS상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씨름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임태혁은 “설날장사대회에서 경기장을 메운 관중을 보고 인기를 처음 체감했다. 연예인 콘서트처럼 카메라를 들고 온 분도 보였다”면서 “씨름을 하면서 그런 적은 처음이었다.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라고 회상했다.

설날장사대회에서 수원시청은 팀 내 최고참 이승호가 90㎏ 이하 체급인 금강장사 타이틀을, 임태혁이 그 뒤를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임태혁은 설날 뒤 지난 2월까지 방영된 공중파 TV프로그램 ‘태백에서 금강까지-씨름의 희열’의 경량급 이벤트 대회인 ‘태극장사씨름대회’에서 이승호를 이기고 우승을 차지했다. 선수들 사이에서도 백승일과 이태현, 김영현이 이름을 날렸던 1990년대 프로씨름 시대만큼의 열기가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이같은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씨름대회를 열 수 있는 체육관마다 문을 닫았다. 대회가 열리지 않으니 팬들과 만날 기회 자체가 생기지 않았다. 대회마다 토너먼트식으로 치르는 씨름 경기의 특성상 리그전으로 열리는 프로 구기종목처럼 상시 무관중 경기를 할 수도 없었다. 문형석은 “다른 스포츠도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인 건 잘 안다. 하지만 그동안 비인기 종목이던 씨름에 이런 부흥의 기회가 다시 찾아올 수 있을까 싶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다시 달아오를 모래판을 위해

우여곡절 끝에 지난 7월 열린 단오장사대회에서는 모래판 옆에 해당 경기를 치르는 장사 말고는 감독과 코치밖에 입장할 수 없게 했다. 코로나19 전염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평소처럼 시합 전에 팀 동료들이 마사지로 근육을 풀어주지도, 힘을 북돋아 주던 모습도 없었다. 임태혁은 “관중도 없고 동료들도 없는 경기장이 너무 휑해서 어색했다”고 기억했다. 이번 추석장사대회 역시 마찬가지 방식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씨름 팬들 입장에서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준결승부터 중계로 접할 수 있던 예년 추석대회와 달리 대한씨름협회는 이번 대회 예선부터 대부분 경기를 유튜브로 내보낼 예정이다. 예선 경기가 영상으로 송출되는 건 한국 씨름 역사에서 처음있는 일이다. 임태혁은 “팬카페에 일정을 알려드리려고 했는데 팬 분들이 저희보다 일정을 더 먼저 알고 계시더라”며 웃었다.

이번 대회가 끝나고 남은 가장 큰 대회일정은 본래 11월에 열리게 되어있는 천하장사대회다. 그러나 여태까지 다른 대회가 그랬던 것처럼 취소나 연기가 될지 아직 알 수 없다. 추석을 전후해 다시 코로나19가 확산된다면 이번 추석장사대회가 올해 마지막 대회가 될 수도 있다. 임태혁은 “명절 기간에도 코로나19가 퍼지지 않도록 각자 집에 머무르면서 응원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 꼭 좋은 경기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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