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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 쏟아지는 교실, 지열 냉난방… 학교 전체가 친환경 교재

[포스트 코로나 넘어 미래학교로] ④ 학교 건물이 교보재인 ‘그린학교’

충남 청양군 정산중 3학년 학생들이 지난 22일 오후 학교 다목적홀에 설치된 휴게계단에 앉아 가을 햇볕을 즐기고 있다.

학교 출입구에 설치된 방역용 체온 측정 장비를 통과하자 천장에서 가을 햇볕이 쏟아지고 있는 로비가 눈에 들어왔다. 천장 전체에 자연 채광창을 설치한 학교 로비는 잘 꾸며진 학생·교직원 쉼터 같았다. 휴게계단에 누워 구름을 감상하거나, 소파에 걸터앉아 담소를 나누고, 벽에 기대 책을 읽는 아이들은 건물 속에서 9월 하순 청명한 하늘을 즐기고 있었다. 휴게계단에 앉아 친구와 담소를 나누던 3학년 학생은 “학교가 학교 같지 않아 좋다”며 웃었다. 지난 22일 찾은 충남 청양군 정산중학교의 모습이었다.

가을 햇볕 속 학생들

유리천장 위 하늘을 구경하며 휴게계단을 올라가면 정면으로 도서관이 나온다. 학교 구성원들은 로비부터 도서관 앞까지를 ‘다목적홀’이라고 부른다. 다만 다목적홀과 도서관이 경계 없이 이어져 있어 하나의 구조물처럼 여기고 있다. 쉬는 시간마다 학생들이 다목적홀과 도서관을 이용하고 있었다. 도서관 안쪽 만화책 공간에 위치한 빈백(신축성 좋고 푹신한 소재의 의자로 앉는 형태에 따라 모양이 변한다)이 특히 인기라고 사서 교사가 귀띔을 했다.

한적한 농촌에 위치한 정산중은 인근 3개 중학교를 통폐합해 올해 3월 새롭게 문 연 학교다. 학생 수는 126명으로 크지 않은 학교다. 학교 통폐합을 결정하면서 친환경 제로에너지 설계를 채용했다. 다목적홀과 교실들은 일과 시간 중에는 거의 전등을 켤 필요 없을 정도로 햇볕이 잘 들어오도록 만들어져 학교 분위기가 밝아 보였다.

이날 정산중에서는 과학을 가르치는 서인애 교사가 자유학년제 환경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쓰레기 재활용과 환경보호 관련 내용이었다. 서 교사는 교실 복판에 학교 구석에서 가져온 대형 휴지통 하나를 놓고 수업을 시작했다. 지난주 원격수업에서 학습한 쓰레기 분류배출 영상을 교실 모니터에 띄워 내용을 상기시켰다. 그러고는 학생을 6개 조로 나눠 각각 비닐, 플라스틱, 종이, 종이팩, 유리, 캔을 분류하는 미션을 줬다.

휴지통에서 내용물을 꺼내는 학생, 영상에서 배운 대로 쓰레기를 세척해 비닐봉투에 넣는 학생…. 산만한 듯했으나 학생들은 저마다 맡은 임무를 수행했다. 비닐과 플라스틱이 섞인 포장지가 나왔을 때는 플라스틱으로 분류해야 할지 비닐로 분류해야 할지 짧은 토론을 하기도 했다. 분류가 마무리되자 일반쓰레기양이 40%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서 교사는 “왜 분류배출을 해야 하는지 알겠지? 일반쓰레기가 줄어든 만큼 환경을 보호한 것”이라며 다음 수업에선 퀴즈를 내겠다고 예고하고 수업을 마무리했다.

학교 건물이 환경 교육 교보재

정산중은 종이컵을 퇴출하고 전교생에게 텀블러를 나눠주는 등 환경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나아가 건물 자체를 환경과 과학 수업의 교육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학교 구석구석에 적용된 친환경 에너지 기술을 현장에서 체험할 수 있다. 서 교사는 “예를 들어 기후변화 부분을 가르치면서 학교 시설을 통해 체험학습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로 학생들이 제대로 나오지 못해 실제 수업에 활용하지는 못했다. 앞으로 다양한 수업에서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산중 건물 지하에 설치된 지열·태양광 관련 설비들 모습. 친환경·제로에너지 설계를 적용한 이 학교는 지열과 태양광을 활용해 냉난방을 하고 있다.

정산중은 지열을 활용해 냉난방하고 있다. 학교 운동장 아래 150m 땅속에는 파이프가 묻혀 있다. 파이프에 저장된 물의 온도는 언제나 섭씨 23도를 유지한다. 대형 펌프가 학교 건물과 파이프 물을 순환시키고 있다. 여름철에는 이 물을 끌어올려 온도를 낮춰 냉방에 이용하고, 겨울에는 온도를 높여 난방에 활용한다. 여름철에 달궈진 물을 차갑게 식히거나 겨울철 차가워진 물을 데우는 것보다 에너지 적게 드는 원리를 활용하고 있다.

전기는 주로 건물 지붕에 설치된 태양전지가 생산한다. 다목적체육관 교사동 기숙사 지붕에 태양광 발전 시설이 설치돼 있다. 정산중 관계자는 “한 달에 500만원 정도 전기를 쓰는데 학교가 생산할 수 있는 전기는 월 600만원 수준이다. 이론적으로는 100만원가량 전기를 한전에 되팔 수 있다”며 “코로나19 때문에 학교가 정상 운영되지 못해 얼마나 전기를 절약할 수 있는지 측정해보지는 못했지만 전기 대부분을 자급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산중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다. 이 학교에 설치된 조명은 모두 전기를 적게 소비하는 LED 전등이다.

건물 자체도 열 손실을 막을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교실 창문에는 외부 블라인드가 설치돼 있어 햇빛을 막아주고, 창틀 역시 열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특수처리돼 있다. 학교에 설치돼 있는 조명 역시 모두 전기를 적게 소비하는 LED 전등이다.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복도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학교가 얼마나 에너지를 절약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하루 전기 생산량과 현재 전기 생산량, 지열을 통해 에너지가 얼마나 절약되고 있는지 그리고 이를 통해 탄소 배출은 얼마나 줄었고, 지금까지 나무 몇 그루를 심은 효과가 있었는지 모니터에 상세히 기록돼 있다. 학교 지하에는 지열과 태양열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장비들이 들어서 있다. 학교 건물 자체가 친환경·저탄소 생활을 가르치는 교육장인 셈이다.

청양=글·사진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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