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감청’ 진실공방 가열… 野 “대처 안일” 與 “사실무근”

국방위 의원 “대화체 보고 없었다” 국민의힘 “靑, 조금도 관심 안 보여”


북한이 우리 공무원 이모(47)씨를 사살할 당시 우리 군이 실시간으로 감청했는지를 두고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국회 국방위원회와 정보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전언에 따르면, 이씨 사살을 명령하는 북한군 통신을 우리 군이 실시간으로 감청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이씨를 사살하라는 지시를 받은 북측 현장 지휘관이 “사살하라구요? 정말입니까”라고 반문했다는 언론보도도 잇달았다. 하지만 군과 청와대는 즉각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다.

국민의힘은 우리 군의 늑장 대응을 맹비난했다. 이씨 사살 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청하고 있었음에도 군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강도 높게 비난한 것이다.

국민의힘 ‘북한의 우리 국민 살해 만행 진상조사 TF’ 팀장인 한기호 의원은 브리핑을 열고 “청와대 위기 상황실은 정보공유 시스템을 공조하고 있으면서도 살해될 때까지 청와대는 단 한마디도 지시한 내용이 없었다”며 “청와대가 조금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으며, 현장에서 수색 구조 활동을 한 해양경찰과 군 또한 할 수 있는 많은 수단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안일하게 대처했다”고 비판했다.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도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당연히 해야 하는 대통령 즉각 보고도 이뤄지지 않았고, 다음 날인 23일 오전 8시30분이 돼서야 대통령에게 보고가 됐다는 건 초동대응 실패”라며 “안일한 대처로 어쩌면 우리 국민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던 골든타임이 지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방부가 감청을 통해 북한군이 ‘연유(燃油)’를 발라서 이씨를 태우라고 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군과 청와대는 실시간 감청 관련 내용들을 부인했다. 청와대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국방부도 “우리 군이 획득한 다양한 출처의 첩보 내용에서 ‘사살’을 언급한 내용은 전혀 없다”며 “우리 군은 단편적인 첩보를 종합 분석하여 추후에 관련 정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소속 민홍철 국방위원장은 “북한군이 서로 일문일답하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해서 국방부가 대화체로 보고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민 위원장은 “‘여러 첩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상부 지시를 받고 사격을 한 것 같다’는 게 정확한 국방부의 보고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부 의원들이 사견을 뒤섞어 (국방부 보고를) 재가공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어선들이 29일 오전 인천 옹진군 대연평도 앞바다에서 출어하고 있다. 해수부에 따르면 서해5도 인근에서 조업 중인 민간 어선들도 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뒤 북한군에 사살된 우리 공무원 이모씨의 수색에 참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국방위 소속 의원은 “밑에 있는 장교가 상급부대에 보고하고 사격한 뒤 시신을 훼손했다는 보고는 받았다”며 “하지만 대화체 형식으로는 세세하게 보고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그러나 “실시간 감청이라는 것은 상당한 고급 첩보이기 때문에 군이 주저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실종자를 발견했다는 첩보를 입수했을 때 우리나라로의 송환 요청을 했었어야 한다”며 군 대응에 유감을 나타냈다.

청와대 국정상황기획실장을 지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군의 첩보자산을 야당이 정쟁에 따라 공개하고 있다며 비판에 가세했다. 윤 의원은 “군이 첩보자산을 하나 만들어내는 데 오랜 시행착오와 시간이 걸린다”며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취득한 첩보 중에서 유리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공개하는 것이 맞느냐”며 따져 물었다.

신동근 민주당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이씨를 ‘자진 월북자’로 표현하며 “월북자를 잡기 위해 전쟁도 불사하는 무력충돌을 감수했어야 한다는 무모한 주장”이라고 맹폭했다. 신 최고위원은 “이건 안보를 중요시하는 게 아니라 내팽개치는 것”이라고 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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