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 당한 문준경 전도사? 잘못된 사실 바로잡아야”

증손자 정원영 목사 ‘영원한 전도자, 하나님의 사람 문준경’ 펴내

문준경 전도사는 한국교회가 자랑스러워하는 순교자 중 한 명이다. 정원영 목사 제공

5일은 ‘섬 선교의 어머니’로 불리는 문준경(1891~1950) 전도사가 순교한 지 70년이 된 날이다. 문 전도사는 1927년 회심한 뒤 전남 신안을 중심으로 다도해의 섬들을 돌면서 복음을 전하고 진리·중동리·대초리·방축리 교회 등을 설립했다. 50년 10월 증동리교회 근처 바닷가에서 공산당원들에 의해 순교했다.

그의 일대기는 85년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에서 출간한 책 ‘섬마을의 순교자’, 이현갑 목사의 책 ‘순교자 문준경’을 통해 알려졌다. 2000년대 후반 문 전도사를 조명한 책과 영상이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문 전도사는 한국교회의 순교 유산으로 자리매김했다.

문준경 전도사의 남편 정근택씨(앞줄 가운데)와 둘째 부인 소복진씨(앞줄 오른쪽), 자녀들이 함께 찍은 사진. 문 전도사와 소씨는 평소 다정한 사이였다. 정원영 목사 제공

그러나 문 전도사와 남편 정근택(1892~1950)씨의 후손들은 세간에 알려진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지난달 말 정씨의 4대손인 정원영 제일성결교회 목사를 단독 인터뷰했다.

순교자의 자손임을 자랑스럽게 여긴 정 목사는 고등학생이던 85년 책 ‘섬마을의 순교자’를 읽고 이상한 점을 한눈에 알아봤다고 했다. 정 목사는 “자랑스러운 할머니는 버림받은 여인, 할아버지는 부도덕한 사람으로 묘사됐다”면서 “2000년대 들어 할머니의 이야기는 한국교회가 주목하는 이야기가 됐다. 두 책과 방송사의 영상물까지 더해져 그 이야기가 사실인 양 정설로 굳어졌다. 이 같은 내용으로 유족들은 30년 이상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정근택씨의 4대손인 정원영 제일성결교회 목사. 신석현 인턴기자

최근 책 ‘영원한 전도자, 하나님의 사람 문준경’을 발간한 정 목사는 “문 전도사가 불륜의 남편에게 버림받은 불행한 여인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면서 “1908년 결혼 후 10여년간 문 전도사 부부는 좋은 부부의 본보기가 되는 생활을 했다. 그러나 자녀가 생기지 않아 남편 정씨가 두 번째 결혼을 했다. 대를 이어야 한다는 문 전도사의 권유로 이뤄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첫날 밤부터 정씨가 문 전도사를 소박시켰다는 내용이 왜곡됐음을 증명해주는 것은 정씨가 두 번째 부인인 소복진씨와 낳은 첫딸 정문심씨다. 문 전도사는 1919년 시아버지의 별세로 3년 상을 치른 이듬해 1월 남편의 두 번째 결혼을 주선했다. 문 전도사는 이들 사이에서 여덟 달 만에 태어난 아이와 난산으로 어려움을 겪은 산모를 정성스럽게 돌보며 살려냈다. 이를 지켜본 큰 시숙은 문 전도사의 성을 따서 아이의 이름을 문심(文心)이라 지었다.

정씨와 소씨가 문 전도사의 복음 사역을 방해했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문 전도사는 남편이 두 번째 결혼을 한 후 홀로 생활했다. 문 전도사는 평소 소씨와 다정한 사이였다. 법적으로는 문 전도사의 자녀였던 소씨의 자녀들은 문 전도사를 어머니로 부르며 잘 따랐다.

문 전도사는 무슨 일이 생기면 항상 정씨와 의논했다. 문 전도사가 경서성서학원에 입학하고 증동리교회 등을 개척할 때도 정씨가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서남해 해상왕’이라 불린 정씨는 해방 후 목포어업조합(수협의 전신)의 초대 대표로 지역사회에서 영향력이 있었고 많은 선행을 베풀었다.

문준경 전도사의 일대기를 다룬 책들. 신석현 인턴기자

‘섬마을 순교자’와 ‘순교자 문준경’은 문 전도사의 수양딸인 고 백정희 전도사의 증언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백 전도사는 1940년부터 10년간 문 전도사와 생활하며 사역을 도왔다. 정 목사는 “백 전도사가 문 전도사와 동거하던 시대는 문 전도사가 이미 정씨를 떠나 사역자의 길에 깊숙이 들어와 있던 때였다”며 “불행한 부부 생활로 고통받았던 백 전도사 자신의 삶이 일부 투영되면서 두 사람이 정상적 부부가 아니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씨의 후손들은 처음 책이 나왔을 때 당시 기성 총회장인 고 이만신 중앙성결교회 원로목사에게 항의했다. 이 목사는 문 전도사의 수제자이자 외가 쪽으로 조카뻘인 사이다. 이 목사는 직접 감수하지 못했다며 사과했고 이후 책이 다시 나올 때 사실대로 고치겠다고 약속했다. 2014년 기성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활천’에서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그릇된 부분을 바로잡았다. 그러나 이후에도 문준경전도사순교기념관 내 전시물과 책 등에는 수정된 부분이 반영되지 않았다.

정 목사는 “문 전도사는 자신의 고난이 복음을 위해 조성된 하나님의 뜻으로 해석했다”며 “남편 정씨의 영향력과 지원이 있었기에 폐쇄적 특성이 강한 섬에서 선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고난을 우연으로 여기지 않고 연단의 과정으로 해석한다면 문 전도사처럼 자신의 사명을 알게 될 것”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크리스천들이 이 점을 꼭 기억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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