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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근의 세금이야기] 집 한채 가졌다는 이유로 등골 빠지는 세금… 이대로 둘 건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얼마 전 가까운 후배 세무사로부터 지난 7월과 9월에 주택분 재산세 고지서를 받았는데 예상치 못한 큰 액수여서 걱정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지방세법 규정에 따라 매년 6월 1일 현재 아파트나 단독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재산세를 납부하되 두 차례에 나눠 1기분은 7월 말까지, 2기분은 토지분 재산세와 함께 9월 말까지 내게 돼 있다. 재산세는 일종의 생활세금이다. 사업의 결과로 거둬들이는 각종 수입이나 소득과 관련된 세금이 아니라 단순히 주택과 같은 부동산을 보유했다는 사실만으로 부과되는 세금이다.

특히 주택과 관련한 재산세는 소유 기간 매년 정해지는 주택의 개별 공시가격(아파트의 경우 공동 공시가격)에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곱해 계산된 금액을 기준으로 부과된다. 수십 년간 세금 일을 전문으로 해온 그 세무사도 무슨 돈으로 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얼핏 듣기로는 지난해보다 재산세 액수가 초과 상한선인 30%까지 늘어난 것이 아닌가 싶다. 여기에다 연말이면 종합부동산세까지 나오게 될 테니 생활 근거지로 소유하고 있는 아파트 한 채에 1000만원이 훨씬 넘는 세금이 부과돼 정말 괴롭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경우 7월에 이어 9월에도 사상 최고 수준의 재산세가 부과됐다. 서울시는 주택 등에 대한 9월분 재산세가 지난해보다 11.5% 늘어난 3조6478억원이라고 밝혔다. 지난해와 비교해 금액은 3760억원, 건수는 8만2000여건 늘어난 수치다. 경기도도 2352억원 늘어난 2조7656억원으로 역시 사상 최고 수준이다. 연말 종합부동산세도 최고 수준이 될 것이다.

재산세는 일반적인 소득과 관련한 개인소득세와 달리 우선 납세자의 일정한 생활비에서 내야 한다. 부담할 능력에 비해 많이 나온다면 다른 생활비를 줄여야 한다. 그렇게 되면 삶의 질이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세무사이든, 일반인이든 큰 걱정일 것이다. 그렇다고 재산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살고 있는 주택을 팔 수도 없다. 너무 올라버린 아파트를 파는 것도 결코 쉽지는 않다. 1세대 1주택자로서 9억원 이상인 경우 설사 팔더라도 양도소득세 부담이 만만치 않다.

주택 관련 생활세금에는 국세로서 매매차익에 부과되는 양도소득세나 종합부동산세가 있다. 또 지방자치단체인 시·군·구가 부과하는 지방세가 있는데, 부동산을 매입할 때 내는 취득세와 소유 시 매년 내게 되는 재산세가 그것이다.

이렇게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몇몇 세금은 우리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 사람들이 세금의 ‘세’자만 나와도 얼굴을 찡그리게 된다. 세금 고지서를 받게 되면 왠지 모르게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도 적지 않다. 원래 ‘세(稅)’자의 의미에는 ‘기쁘게 곡물을 바친다’라는 뜻이 담겨 있는데도 말이다. 국세청이 처음으로 문을 연 1966년, 국세청 개청 요원으로 발령받아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국세 공직자로 일해오다 퇴직한 이후에도 지금까지 납세자 편에서 세무사 일을 해온 필자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왜 모두들 세금을 기피할까’ ‘왜 세금을 안 내거나 적게 내려고 할까’ 하는 문제다.

헌법은 납세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연한 4대 의무 중 하나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납세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면 왠지 모르게 금전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같이 생각한다. 또 성실하게 세금을 내 봐야 ‘나에게 돌아오는 혜택이 뭐냐’는 물음을 던진다. 그냥 빼앗긴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때마다 떠오르는 정책 아이디어가 있다. 다름 아닌 ‘세금을 연금(年金)으로’다. 젊어서 열심히 사업도 하고 월급도 받아 꼬박꼬박 세금을 냈다면, 먼 훗날 노년이 돼 일정한 소득이 없게 될 때 그동안 성실히 납부해 왔던 세금 중 일정 금액을 연금으로 받게 해보자는 취지다. 다시 말해 세금을 세금으로만 보지 말고 연금으로 인식해 보자는 것이다. 그렇게 세금 제도가 달라진다면 탈세를 한다거나 세금을 적게 내려고 굳이 몸부림치지 않고 성실하게 내도록 하는 요인이 되지 않을까.

물론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세금 문제로 온갖 기기묘묘한 회피 방법이 나오고 일부에선 조세저항 문제까지 거론되니 정책 당국이 어떤 형태로든 개선 방법을 찾을 필요성이 있다. 만약 세금 납부 제도가 이렇게 획기적으로 바뀌게 되면 늘 정부 당국이 우려하는 세수 확보 문제를 비롯해 세원관리 비용도 크게 줄게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또 합리적인 세제 운영 차원에서 생활 근거지 기능을 하는 아파트나 주택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세금공제 혜택을 주는 방안도 있다. 그래서 다른 소득이 없거나 오로지 연금만으로 사는 고령자, 납세 능력이 좀 떨어지는 사람들이 부담 없는 삶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해주면 국민적 동의를 받지 않을까 한다.

재산세와 성격이 비슷한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9억원을 넘는 부분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하되 여기에도 주택 보유 기간과 소유자 나이에 따라 일정한 세금 공제를 해주고 있지만, 최근 집값이 너무 올라 대도시 웬만한 사람들은 여기에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재산세의 경우에도 종합부동산세와 형평을 맞춰 한 가족이 생활 근거지로 살아가는 1세대 1주택자에 대해서는 보다 현실성 있는 세금 부담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 세금 납부가 지금의 추세대로 계속된다면 납세자도 과세 당국도 큰 시련에 봉착할 수 있다. 그 이전에 방법을 찾는 게 좋겠다.


조용근 사외 논설위원·전 한국세무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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