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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경찰 개혁과 현장의 목소리

여익환 서울지방경찰청 직장협의회 위원장


오는 21일은 75주년 경찰의 날이다. 하지만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이라는 거대한 어젠다를 눈앞에 두고 75주년 기념일을 맞는 경찰 내부의 시선은 매우 복잡하다. 권력기관 개혁의 막바지에 얹혀 있는 두 과제는 경찰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체질 자체를 바꿔야만 하는 커다란 변화이기 때문이다.

수사권 조정은 검찰과 경찰을 상호협력 관계로 전환해 검찰의 수사권 독점으로 야기되던 폐단을 제거하고, 국민 인권과 적법 절차를 보장하자는 것이 기본 취지였다. 논의 초기 때만 해도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를 ‘반드시 필요한 분야로 한정한다’고 했지만 결국 법으로 축소한 직접수사 범위를 시행령으로 확대할 수 있는 꼼수가 벌어졌다. 경찰 입장에서는 입법 취지를 형해화한 것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숨길 수 없다.

자치경찰 문제는 더욱 혼란스럽다. 당초 권력 분산이라는 측면에서 검토된 ‘이원화 모델’은 예산 부담 등의 이유로 어느 순간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일원화 모델’이 돼 버렸다. 이원화 자치경찰의 가장 큰 특징은 조직 운영 주체를 분리해 국민에게 더 밀착한 경찰 서비스를 제공하고 비대한 권력도 분산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일원화 모델이 뜬금없이 채택되면서 조직은 그대로 국가가 관리하고 시·도지사의 지휘권만 끌어들인 무늬만 자치경찰이 됐다. 일원화 모델에 대해 현장 경찰관들은 정치적 중립 훼손과 업무 과중 및 치안력 약화가 현실화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현장 경찰의 이런 주장과 우려가 세간에선 밥그릇 싸움으로 묘사되기도 하지만 어떤 정책을 채택하더라도 일선 경찰관에게 돌아갈 밥그릇이란 사실 존재하지도 않는다. 언제나 그래왔듯 부족한 현장 인력 및 예산에 허덕이며 타 기관 업무까지 떠맡아 격무에 시달리고 있을 뿐이다.

이런 즈음에 김창룡 경찰청장은 수사권 조정 법안이 법무부 원안 그대로 국무회의를 통과한 것을 두고 “경찰청 의견이 일부만 반영된 점을 무척 아쉽게 생각한다”고 했고, 자치경찰제 일원화 모델에 관해선 “현재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경찰청장 의견에 과연 얼마나 많은 현장 경찰관이 공감하는지 알 방법이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대다수 일선 경찰관은 직장협의회를 통해 많은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수사권 조정은 검사의 영장청구권과 직접수사 폐지라는 거시적 개혁으로 거듭나야 한다. 자치경찰제 역시 시범 운영을 통해 혼란과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며, 일선 경찰관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찰은 최근 법적 근거에 의해 직장협의회라는 내부 소통창구를 마련했다. 과거에는 지휘부와 기획력 있는 몇몇에 의해 정책이 마련됐다면, 이제는 직장협의회라는 크고 정교한 커뮤니티를 통해 되도록 많은 경찰 구성원의 의견이 반영되고 참여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지휘부는 부디 이 엄중한 시기에 현장과 호흡하는 지혜를 발휘해 주기 바란다.

여익환 서울지방경찰청 직장협의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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