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웹툰, 모바일 시대 무한한 가능성 지녀”

‘노블레스’ 손제호·이광수 작가 “韓서 인정 받으면 해외서도 사랑”


“꿇어라. 이것이 너와 나의 눈높이다.”

2009년 3월 3일 업로드 된 네이버웹툰 ‘노블레스’(글 손제호, 그림 이광수) 76화. 이 회차 대미를 장식한 이른바 “꿇어라” 신은 명장면으로 꼽힌다. 820년 만에 깨어난 최강의 귀족 라이. 고등학생으로 지내던 그는 숨겨진 힘으로 친구들을 위기에 빠뜨린 적 제이크를 단번에 무릎 꿇리곤 이렇게 읊조렸다. 이 한마디로 당시 ‘노블레스’는 네이버웹툰 요일 순위 1위로 치솟았고 라이의 힘에 매료된 팬들의 패러디물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쏟아졌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향수를 곱씹는 팬들이 적지 않을 정도다.

2007년 12월 30일부터 2019년 1월 7일까지 총 544화(에필로그 1화 포함)가 연재된 ‘노블레스’는 현재까지 세계 누적 조회 수 46억회에 달하는 ‘대작’이다. 학원물에 유머 감각과 뱀파이어 판타지를 버무린 종합선물세트 같은 이 작품은 당시 일상물이 강세였던 웹툰 시장에서 존재감을 뽐내며 판타지가 지금의 주류 장르로 자리 잡는 데 이바지했다.

손제호(43) 작가는 최근 본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타이틀만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만화를 만들기 위해 판타지와 현실성을 조화하려는 연구를 거듭했다”면서 “또 웹툰 시장이 변화하면서 당시에는 드물던 현대 판타지물 ‘노블레스’가 국내외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노블레스’가 최근 팬들 사이에 또 한 번 화제인 이유는 지난 7일 TV 애니메이션이 유럽과 미국·일본 등 전 세계 공개됐기 때문이다. 완성도도 상당히 높다는 평가다. 프로젝트에는 미국 유명 애니메이션 콘텐츠 기업 크런치롤이 투자·유통사로, SF물 ‘공각기동대’로 유명한 일본 프로덕션 I.G가 제작사로 참여했다.

2016년 공개된 프로모션용 한일 합작 비디오 애니메이션 ‘노블레스: Awakening’ 제작을 맡았던 프로덕션 I.G는 후속 시리즈에 큰 열의를 보였다고 한다. 손 작가는 “당시 후속편 언급이 없었음에도 뒤에 나올 캐릭터까지 미리 준비해놓을 만큼 제작사가 적극적이었다”며 “제작사가 다듬은 스토리에 원작자로서 의견을 덧댔고, 제작사와 네이버웹툰도 수차례 미팅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학원물에 초인물 장르를 가미한 ‘노블레스’는 일본이 선호하는 장르인 데다 비디오 애니메이션이 앞서 공개됐던 만큼 현지 반응이 더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13부작 애니메이션에는 제이크 이후인 시즌2(93~154화)부터 시즌3(155~200화)까지 100여편이 담긴다. 작가진은 속도감과 생동감을 애니메이션의 매력으로 꼽았다. 귀족의 고풍스러운 외연과 박진감 넘치는 작화로 호평받은 이광수(39) 작가는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들에 분위기에 걸맞은 음악까지 덧씌워진 애니메이션은 작가로서도 색다른 경험이었다”면서 “10년이나 연재된 원작을 빠르게 접할 수 있다는 게 애니메이션의 최대 장점이다. 캐릭터 사이의 갈등과 매력이 잘 담겨 특히 재밌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귀띔했다.

네이버웹툰·다음웹툰 등의 올해 IP(지식재산권) 거래액은 1조원을 가뿐히 넘길 것으로 추산된다. 웹툰이 생소하던 때부터 ‘K웹툰’이 날개를 단 현재까지의 역사를 함께한 ‘노블레스’는 한국 웹툰의 토양을 함께 일군 작품인 셈이다. 한국 웹툰 시장 중심에서 활약한 두 작가가 느낀 K웹툰의 잠재력은 무엇일까.

두 작가는 “작품의 다양성, 자유로운 창작 환경, 쉬운 접근성, 독자의 신속한 피드백이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는 게 전 세계에서 한국 웹툰 시장만이 가진 특징”이라며 “이런 특성 덕분에 한국 독자에게 사랑받은 작품이라면 해외에서도 사랑받는 작품이 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웹툰이 모바일 시대에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고 입을 모았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