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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베트남전 학살 피해자의 호소

라동철 논설위원


전쟁은 막대한 인명피해를 동반한다. 피해는 민간인이라고 비켜가지 않는다. 6·25전쟁 당시 우리 측 민간인 사망자는 약 24만명으로 국군(13만명), 유엔군(4만명) 등 전사자의 1.4배였다. 오폭, 적군으로 오인 등에 의한 경우도 있지만 비무장 민간인이란 걸 알면서도 적군 편으로 몰아 집단 사살한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국민보도연맹 사건, 거창·산청·함양 사건, 노근리 사건 등으로 전쟁 중에 많은 민간인이 숨졌다. 학살된 민간인이 13만명이 넘는다는 통계도 있다. 수십년이 지난 뒤 유가족들이 정부에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피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피해를 구제받은 사례는 거의 없다. 민간인 학살은 반인륜적인 전쟁범죄다. 정부가 진상을 적극적으로 밝혀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줘야 마땅하다.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에 의한 현지 민간인 학살 문제도 외면해서는 안 될 과제다. 피해자들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진상 규명, 학살 인정과 사과를 요구하고 있지만 역시 거의 진전이 없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7일 피해자 2명을 대리해 유엔에 진정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진정인인 응우옌티탄씨는 1968년 2월 한국군에 의해 주민 74명이 사살된 것으로 알려진 퐁니·퐁넛 마을 학살사건의 피해자다. 당시 8살이던 그는 복부에 총상을 입었고 가족들도 숨지거나 중상을 입었다고 한다. 지난해 4월 102명의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낸 청원을 우리 정부가 외면하자 지난 4월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이번에는 유엔에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정부는 베트남 정부가 진상 규명과 배상 요구를 하고 있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이를 방패막이로 삼는 건 옹색하다. 진상을 밝히는 데 협조하고 피해가 사실로 밝혀지면 사과하고 배상도 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피해 배상 문제가 일단락됐다고 주장하지만 우리 정부는 피해자 중심의 해결 원칙을 강조해 왔다. 그래놓고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피해는 나몰라라 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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