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못 참아!’ 등 돌린 동학개미들, 미 증시로 돌격

양도세 피하려 개인들 매도 행렬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올 들어 처음으로 코스피 시장에서 6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발 경제위기 속에서 ‘빚투’까지 감행하며 한국 증시 급반등을 주도한 ‘동학개미’가 이제는 주식을 내던지며 미국 등 해외로 더욱 발길을 돌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양도세 부과 대상인 세법상 대주주 요건 강화가 시장 내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것으로 보인다.

8일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투자자는 1652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난달 28일 이후 6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했다. 올해 2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는 물론 올 들어 최장 순매도 행진이다.

개인투자자는 코로나19 충격으로 지난 3월 1400대까지 주저앉았던 코스피가 5월 말 2000선을 회복한 뒤 주로 차익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5거래일(6월 1~5일)간 순매도한 적이 있다.


이날까지 최근 6거래일간 개인투자자의 누적 순매도액은 1조4825억원이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8758억원, 기관은 5125억원을 각각 순매수했다. 이날 하루 동안은 외국인이 7570억원어치를 매집했고, 기관은 6153억원어치를 토해내며 7거래일 만에 다시 순매도로 전환했다.

그동안 국내 증시는 기관과 외국인이 줄줄이 팔아치우는 상황에서 개인투자자가 유동성을 대거 동원해 적극 매수에 나서며 빠른 반등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문가들은 이런 개인투자자의 매수세가 약해질 경우 한국 증시가 이전 같은 탄력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증권업계와 투자자들은 미국 대통령선거보다도 ‘대주주 요건 강화’를 국내 증시 최대 악재로 판단한다. 미 대선은 결과가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불확실성 때문에 시장 내 변동성을 키우지만 동시에 후보들이 내세우는 공약에 따라 투자자의 기대감을 키우는 이벤트이기도 하다.

정부가 대주주 요건 강화 계획을 그대로 밀어붙이면 양도세 부과를 피하기 위한 주식 매도물량이 더욱 쏟아져 나오면서 증시 하락을 부추길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에도 대주주 분류가 임박한 매년 12월 말을 앞두고 개인투자자는 순매도 행렬을 연례행사처럼 반복해왔다. 지난해에는 12월 6일부터 26일까지 14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며 모두 4조6998억원어치를 내던졌다.

투자자가 올해 연말을 앞두고 더욱 두려워하는 이유는 대주주 기준인 종목당 최소 보유액이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대폭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 경우 예년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물량이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국회에서 3억원 보유 여부를 세대 합산에서 개인별로 따지는 방안을 내놨지만 결국 ‘원안 강행’이라 투자자들의 실망감만 더 키웠다.


홍 부총리는 “코로나19 위기 극복 과정에서 개인 주주들의 역할이 컸다”면서도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해도 3억원 요건은 당초대로 가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주주 요건 강화에 실망한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직구’ 열풍은 더욱 거세지는 모습이다. 해외 주식 거래 규모가 나날이 늘어날 뿐 아니라 주요 지수 상승에 크게 ‘베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결제 금액은 244억562만 달러(약 28조 2300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미국 주식 결제 금액이 228억4100만 달러로 94%를 차지했다. 월 기준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 7월 결제 금액(193억5058만 달러)을 넘어선 기록이다.

지난달 해외 주식 순매수 상위 종목을 보면 나스닥100 지수의 3배 수익률을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ProShares UltraPro QQQ)’ ETF가 6위,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 지수를 3배 추종하는 상장지수증권(ETN)은 8위에 올랐다.

이들 종목은 추종하는 지수가 1%가 상승할 때 주가가 3% 오르지만, 반대로 1% 하락하면 3% 떨어져 하락장 때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 국내 투자자들이 나스닥지수와 종목 상승에 적극적으로 베팅한 건 지난달 나스닥 급락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나스닥지수는 지난달 3일과 8일 각각 4.96%, 4.11% 하락한 바 있다.

해외 주식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높아지자 국내 증권사들은 관련 이벤트를 연이어 내놓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이달 31일까지 미국 주식을 새로 시작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평생 거래 수수료 0.08% 우대, 최대 95% 환율 우대를 적용한다. 또 테슬라, 애플, 넷플리스 가운데 한 종목을 매수할 수 있는 3만원 상당의 해외주식 교환권을 증정한다. 삼성증권도 해외주식 신규 고객에게 최대 100달러를 지원하는 이벤트를 16일까지 진행한다.

증권가에선 미국 대선이 한 달도 안 남은 만큼 변동성을 고려해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다음 달 초까지 추격 매수는 자제하고, 조정 시 매수 전략을 권고한다”며 “대선 결과에 따라 주도 업종의 우선순위가 변화할 가능성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창욱 조민아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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