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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태의 지금 유럽은] 코로나 시대 유용한 화상회의… ‘뉴노멀’ 되려면 단점 보완해야

화상회의는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뒤에도 우리가 경험하게 될 뉴노멀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시간·비용 절약, 손쉬운 공간·규모 확대 같은 장점과 기술적 결함·사고, 열띤 토론 분위기나 맥락의 실종 등 단점 또한 크다. 화상회의가 보완 수단을 넘어 과연 인간 대 인간의 대면 소통을 대체할 수 있을까. 사진은 지난달 27일 OECD 대사들과 김영태 국제교통포럼(ITF) 사무총장의 교통 관련 업무 화상회의.

인류의 역사는 끊임없이 연결성(connectivity)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교역, 문화적 교류, 종교의 전파, 전쟁, 기술 발전 등 다양한 요인에 기인하여 이미 1960년대에 캐나다의 사회학자 마셜 맥루한에 의해 ‘지구촌(global village)’이라는 개념이 등장할 정도로 세상은 좁아졌다. 21세기로 접어들면서 특히 정보통신기술 및 교통수단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간 간, 사회 간, 국가 간 교류는 더욱 활성화되었다. 홍순만 전 코레일 사장은 그의 저서 ‘거리의 종말’에서 인류의 역사를 속도를 극복해온 과정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2020년 현재, 우리는 창세기에 등장하는 바벨탑 사건으로 뿔뿔이 흩어진 사람들처럼 극심한 단절을 경험하고 있다. 필자도 지난 2년간 매년 평균 20회 이상 해외출장을 갔었으나 올해는 3월 이후 모든 행사가 취소 또는 연기되거나, 사이버 행사로 전환됨에 따라 최근에는 대부분의 활동을 화상회의에 의존하고 있다.

물론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발발하기 전에도 화상회의라는 것은 존재했지만 그러한 형태의 소통 방식은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그리 보편화하지는 못했었다. 조금 힘들어도 직접 찾아가 만나고, 함께 식사도 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소통의 주된 형태였다. 그러나 현재의 위기는 우리에게 화상회의가 유용하게 사용될 수도 있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따라서 이곳 파리나 제네바 등에 있는 대부분 국제기구는 행사를 화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종료된 이후에 우리가 경험하게 될 뉴노멀 중 하나로 화상회의의 보편화를 꼽는 사람도 꽤 많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화상회의 플랫폼은 Zoom, Microsoft Teams, Cisco Webex다. 보안 문제 등에 대한 논란도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마땅히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이들 플랫폼을 통해 국제 교류와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몇 달 동안의 경험을 종합해보면 화상회의는 몇 가지 강점을 보여준다. 우선, 물리적 이동에 드는 비용과 시간이 절약된다. 같은 날에 다른 곳에서 개최되는 복수의 행사에도 쉽게 참여할 수 있어 더 많은 협력 파트너와 교류를 활성화할 수 있다. 또한 물리적 공간상의 제약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참여 인원 수가 오프라인 행사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난다. 좋은 프로그램과 콘텐츠를 개발할 경우 홍보전이나 협력 파트너 확보를 위한 경쟁에서 쉽게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화상회의의 약점도 분명히 나타났다. 우선은 기술적 취약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도중에 연결이 끊기거나 화면과 소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다 보니 최근에는 행사 전에 테스트 미팅을 주로 하게 되는데, 이 또한 업무 스케줄상 부담으로 작용할 뿐 아니라 테스트 당시 문제가 없다고 해도 이 테스트가 행사 당일의 무사고를 보장할 수는 없다. 또한 참여자 수가 많을수록 행사가 성공적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을 입장시키다 보면 악의를 가지고 행사를 방해하려는 사람이 등장하기도 한다. 소위 ‘줌 폭격(zoom-bombing)’이라는 사고가 발생하는 것인데, 침입자는 인터넷상에 행사가 실시간 공개되는 상황에서 시스템 장악 후 불쾌한 이미지를 올리기도 한다. 그리고 다수가 참여하는 화상회의에서는 열띤 토론 등이 쉽지 않다. 공지사항을 전달하거나 강의를 할 때에는 큰 문제가 없으나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에 대한 열띤 토론 등에는 화상회의가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 직접 대면해서 이야기할 경우 눈빛이나 목소리, 표정 등을 통해 보다 종합적인 맥락과 분위기를 함께 읽을 수 있지만 화상회의에서는 그러한 부분을 쉽게 놓치게 된다. 특히 많은 사람이 와이파이 연결 품질 등의 문제로 카메라를 꺼 놓고 오디오만 작동시키고 있는 상황에서는 과연 내가 하는 말이 상대방에게 정확히 전달되고 있는지 의심이 들 때도 많다. 마지막으로 연일 계속되는 지나친 화상회의는 건강을 해치기도 한다. 카메라 앞에서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서 몇 시간씩 회의를 하다 보면 어깨와 목 근육 등이 뭉치고 눈도 피로해진다. 간혹 며칠씩 두통도 경험하게 된다.

결국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초기에 재택근무나 외출금지 조치를 경험하면서 화상회의를 접했을 때는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세계를 발견한 것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반년 이상 이를 경험해보니 역시 화상회의가 인간 간 대면 소통을 대체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에 따라서는 대면적 소통을 보완하는 수단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재택근무 등이 과거보다 활성화할 경우 불가피하게 우리 모두 화상회의에 어느 정도 더 익숙해져야 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어떻게 근무 환경을 재구성하고 화상회의 단점을 보완해 가면서 업무를 추진해 나아갈지에 대해서는 조직 내에서, 그리고 사회적으로 많은 고민과 토론이 있어야 할 것이다.

존 레넌의 ‘사랑(Love)’이라는 노래에 사랑은 현실(real), 만지는 것(touch)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고린도전서 13장에도 나오듯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랑이라면 타인과의 주된 의사소통 방식과 관계 발전은 가상(virtual)이 아니고 현실(real)이 되어야 할 것이다. 화상회의가 비록 업무와 관련된 실용성에 기초한다고 하지만 이것이 더욱 확산되면 어느 순간에는 인간성 회복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인간성은 인간에 대한 사랑 또는 정을 기본으로 한다. 과거 직접 손으로 쓴 편지가 지금 자판을 두드려 작성한 이메일보다 훨씬 인간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빨리 이 어려운 시기가 지나가서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며 가족, 친구, 동료들을 편하게 만나고 싶다. 사람이 그리운 시기다.


김영태 OECD 국제교통포럼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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