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동산만 고공행진… 정부 규제에 매물 잠김 심화

[스토리텔링 경제] 지구촌 집값 상승세 꺾여 조정국면 진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미증유의 위기 속에 거시경제는 악화일로인데 ‘집값’만 오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독일 등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각국의 동시다발적 경기 부양이 위기 극복의 지름길이라는 일종의 등식이 성립된 데다 코로나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면서 마르지 않는 유동성이 부동산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다.

문제는 실물 경제는 바닥, 집값은 고공 행진이라는 ‘부조화’가 계속될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서서히 대출을 연체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으며,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머지않아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침체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자칫 이런 글로벌 부동산 조정 흐름에 함께하지 못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거래량 감소 등 일부 유사한 국면이 없지 않지만 정부의 인위적 규제 정책으로 인해 나홀로 부동산 고공행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경우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을 수밖에 없기에 자칫 다른 나라보다 부동산 충격이 더욱 심하게 다가올 수 있다.

미국, 영국, 독일 등도 치솟는 집값

코로나19 이전에도 전 세계의 실질 주택 가격은 상승했다. 주요 국가들은 계속 금리를 내리고 양적 완화 정책을 시행했다. 시중에 풀린 많은 돈은 비교적 안정적인 투자처인 부동산으로 흘러갔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글로벌 주택가격지수는 2017년 4분기 161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며 기존 최고치(2008년 159)를 뛰어넘었다. 2010~2019년 주택 가격은 독일(54.0%), 미국(52.8%), 영국(38.5%) 등에서 치솟았다.

주요 국가들도 대도시 위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다. 이에 2010년 이후 전 세계적인 집값 상승에는 주택 공급 감소의 영향도 있다.

코로나19로 부동산 시장은 더 과열됐다. 정부가 시중에 돈을 더 풀었으며 경기 불확실성은 심화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7월 영국 부동산 거래 규모가 2008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미국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같은 달 미국 기존 주택의 거래량은 전년 대비 8.7% 늘었다.

다만 코로나19 이후에는 도시 외곽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재택근무 등으로 더 한가하고, 좋은 집에 살고 싶다는 수요가 주택 가격 상승에 한 원인이 되고 있다. 도심보다 외곽을 선호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부동산 과열도 조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저금리로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들이 부담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올해 2분기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9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부동산 가격 하락에 대한 걱정도 커지고 있다. 스위스 UBS 은행은 ‘2020 글로벌 부동산 거품지수’에서 전 세계 25개 도시 가운데 7개 도시가 부동산 거품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밝혔다.

종착역 다가오는데… 韓만 예외될까

초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의 영향으로 집값이 꾸준히 치솟던 한국도 최근 거래량이 감소하면서 외국과 비슷한 조정을 겪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8월 들어 6880건으로 7월(1만6002건)보다 약 57% 감소했다. 4월부터 이어진 아파트 매매 증가세도 넉 달 만에 꺾였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다른 국가와 다른 점은 ‘정책 변수’다. 다른 나라들이 양적 완화정책의 종료 가능성, 각종 유예조치의 만기를 앞두고 자연스럽게 부동산 거품의 소멸 조짐이 보이는 반면, 한국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부동산에 메스를 들이댔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11일 “매물이 많은데 수요자가 없어서 거래량이 감소하는 식의 집값 조정이 자연스러운데 현재 상황은 정부 규제로 매물 잠김이 심화했기 때문에 수요자가 많은데도 거래가 감소한 것”이라고 밝혔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7·10 대책 등 잇따른 정부 대책과 8월 중순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재확산 등의 영향 때문에 8~9월은 거래량 감소가 예견됐었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정부 정책으로 세계적인 추세와 다르게 서울의 ‘집값 고공행진’이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거래량이 줄었지만, 고가 아파트들의 신고가 갱신 소식이 연일 속출한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서울 잠실 리센츠아파트(전용면적 98㎡)는 최근 25억9700만원에 거래돼 기존 최고 실거래가 23억5000만원을 뛰어넘었고, 압구정동 신현대11차(전용면적 171.4㎡) 역시 44억5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 기록을 찍었다. 양 소장은 “정부가 보유세와 거래세를 모두 강화하면서 다주택자나 자산가들 사이 ‘똘똘한 한 채’ 집중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대차법 개정을 계기로 촉발된 전세 파동 역시 집값 조정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전셋값 상승세가 계속되면 집값이 안 잡힐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내년 입주 물량도 변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5120가구로 올해 4만8719가구의 51.5%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수요 변화가 없는데 공급이 줄면 가격은 올라가게 마련이다. 전문가들은 부실한 정책에 따른 거품 증가는 시장에 더 큰 충격을 안길 수 있어 부동산 연착륙 대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세종=전슬기, 이종선 기자 sgj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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