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코로나 블루, 신천지 블루


신천지 이만희 교주의 재판을 방청하려는 신도들이 노숙(露宿)도 불사하고 있다. 지난달 17일과 28일 진행된 이만희의 감염병예방법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과 관련된 공판 준비기일 방청권을 얻기 위해 신천지 신도들이 자정부터 줄을 섰다 한다. 왜곡된 충성심일까 비상식적 집착일까. 아니면 절박한 마지막 승부수일까.

첫째, 이만희는 아무 죄가 없다는 것이 현재 신천지 신도들의 상황 인식이다. 이만희를 불로불사 영생불사하는 보혜사로 믿어온 신천지 신도들에게, 이만희의 구속은 범법 행위의 대가가 아니라 억울한 무고의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이만희는 범죄자가 아니라 마녀재판의 희생자라는 피해의식이 있다. 이만희의 구속은 사탄의 세상과 거짓 교권으로부터 박해받고 있다는 증거라는 자의적 교리 해석을 시도한다. 결국 신천지 신도들의 노숙은 이만희가 부당하게 고난당하고 있다는 왜곡된 충성심의 표출이다.

둘째, 신천지 신도들은 이만희의 범죄 혐의와 구속집행 사유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이는 곧 신천지와 이만희를 선택한 자신의 결정이 실패라는 것을 시인하기 때문이다. 물론 반드시 다가올 이만희의 죽음도 인정할 수 없을 것이다. 영생불사한다는 이만희의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자신의 가족과 삶을 포기하면서까지 붙들었던 신천지 교리를 전면적으로 부인하는 이율배반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만희의 구속은 실재 상황이고 인간 이만희의 죽음도 정해진 순리이기에, 신천지 신도들의 자기합리화도 그 한계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지금은 비상식적 집착 이외에는 딱히 선택할 수 있는 별다른 경우의 수가 없다.

셋째, 신천지 숫자가 14만4000명에 이르면, 자신도 이만희처럼 영생불사하고 세상 왕 같은 제사장이 될 수 있다고 신도들은 믿었다. 하지만 2015년 이미 14만4000은 넘었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주변 신천지 신도들도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또 왕과 제사장은커녕 코로나19 초기 확산의 원인을 제공했고, 이로 인해 우리 사회를 위기에 몰아넣었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국내외에 각인됐다. 결국 불가능한 ‘영생불사’를 위해, 그리고 기약 없는 ‘왕 같은 제사장 되는 날’을 위해, 마지막 승부수를 던지는 심정으로 거리로 나서는 신천지 신도들의 노숙은 안타깝기만 하다.

과연 이만희의 재판 방청을 위해 거리에서 쪽잠을 청하는 신도들이 비정상인가, 아니면 이들을 거리로 내몬 신천지가 문제일까. 모략이라는 이름의 거짓말로 접근해 세뇌한 후, 사랑하는 가족을 빼앗아간 신천지가 사태의 원인 제공자이다. 피해자 가족들의 회복을 위한 반증교육과 노력을 신천지는 ‘강제개종’이라 비난하며 선전한다. 하지만 사랑하는 이들에게 먼저 거짓말로 다가와 강제로 빼앗아간 이들은 신천지였다. 피해자 가족들의 노력은 강제개종이 아니라 신천지가 훔쳐간 가족을 다시 찾아오기 위한 ‘애타는 몸부림’이다.

출구 없는 방에 갇혀버린 신천지 신도들을 데려올 방법은 없을까. 이들이 나올 수 있도록 교회와 사회가 도와야 한다. 출구가 없다면 방을 에워싼 벽을 허물고라도 ‘신천지에서 나오려는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 지금은 코로나19와 이만희 구속 등으로 잔뜩 움츠러들고 자기방어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조만간 회의와 후회의 순간이 다가올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과 무기력증이 퍼지고 있고, 이 와중에 한 치 양보도 없는 분열과 정쟁은 소중한 하루하루를 더 숨막히게 하고 있다. 분파적이고 이기적인 이권과 패권 다툼이 벌어지는 동안, 신천지에 빠져나오고 싶어도 못 나오는 피해자들은 사회적 안전망을 벗어난 ‘신천지 블루’의 사각지대에서 자신을 희망 고문하며 노숙까지 불사하고 있다.

탁지일 (부산장신대 교수·현대종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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