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수 위협하는 살처분 또… 10년전 ‘침출수 악몽’ 잊었나

생수공장 근처 매몰… 대책 절실

강원도 한 양돈 농장에서 사육돼지들이 서로 몸을 부대끼고 있다. 연합뉴스

10년 전 전국 구제역 파동으로 소·돼지 사체 매몰지에서 침출수가 유출된 사태가 또다시 재연될 위기가 높아졌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관련 사육돼지 수천마리가 생수 제조사 인근에 매몰된 것으로 파악되면서 식수 안전 등에 관한 대책 마련이 시급히 요구된다.

우리나라는 2010~2011년 구제역 파동에 따른 가축 매몰지 침출수 유출로 홍역을 치렀다. 20만마리 이상의 소·돼지가 매몰됐고 피해액은 400억원을 웃돌았다. 구제역 가축 매몰지 침출수 유출은 정부 조사에서도 사실로 드러났다. 환경부는 2011년 11월 가축 매몰지 침출수 환경 영향조사 결과 전국 매몰지 105곳에서 침출수 유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런 내용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수석전문실을 통해 알려졌고, 토양·수질 오염 우려가 급속도로 퍼졌다.

당시 정부 조사결과가 나오기 이전부터 관련 의혹이 잇따랐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경기도 이천 백사면 모전리 일대 가축 매몰지 주변 지하수를 분석한 결과 가축 사체에서 나온 물질 등이 검출됐다. 가축 매몰지에서 30m 떨어진 비닐하우스 2곳의 지하수에서 가축 사체 물질이 리터당 각각 3.817㎎, 1.120㎎ 검출됐다. 시민환경연구소는 경기도 포천과 안성, 충북 진천의 구제역 매몰지 인근 지하수가 침출수로 오염됐다고 주장했다. 지하수·하천의 암모니아성 질소가 기준치를 크게 넘었다는 내용을 근거로 제시했다.

같은 해 충북 충주에서는 침출수 유출 문제로 기존 구제역 매몰지를 이전했다. 경기도 포천 양식장에서는 철갑상어 3000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는데 양식장 인근 구제역 가축 매몰지에서 나온 침출수가 집단 폐사 원인으로 지목됐다. 경기도 파주에서는 한 토지 소유주가 구제역 가축 살처분으로 인해 땅이 오염됐다며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3억원대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사례도 있었다.

결국 정부도 가축 매몰지 주변 지하수의 수질이 기준치를 초과해 오염됐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다만 ‘침출수에 의한 오염 가능성’은 일축했다. 환경부는 2012년 1월 가축 매몰지 주변 300m 이내에 있는 지하수 관정 7679곳을 조사한 결과 2468곳(32.1%)이 수질 기준을 초과했다고 발표했다. 질산성 질소, 암모니아성 질소, 염소이온, 총대장균군 등이 기준치보다 많이 검출된 것이다. 당시 환경부는 “지하수 관정이 축산폐수나 비료, 퇴비 등에 의한 것이지 매몰지 침출수 영향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야생멧돼지 매몰 방식의 허점도 여전하다. 긴급행동지침(SOP)상 ASF 감염 야생멧돼지는 발견 지점에 매몰해야 한다. 다만 조건은 하천·수원지·도로와 30m 이상 떨어진 곳에 묻어야 한다는 정도다. 전문가들은 야생멧돼지 매몰지에서도 침출수가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경기도와 강원도 9개 시·군에서 760건의 야생멧돼지 ASF 확신 사례가 보고됐다. 경기도와 강원도에 있는 생수 업체는 모두 25곳으로 전체(61곳)의 41%를 차지한다.

정승헌 건국대 축산학과 교수는 “가축 매몰지 등 오염원 인근에는 원천적으로 취수원 허가를 내주지 않는 법·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면서 “ASF와 구제역, 조류 인플루엔자 등 바이러스성 질병은 물로 전파될 수 있으므로 매몰지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최재필 신준섭 기자 jp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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