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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의 이코노 아웃룩] 바이든 승기·中 내수 훈풍 업고… 내달리는 위안화 어디까지


2018년 초 중국 위안화 가치는 미국 달러화 대비 10%가량 폭락세를 연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과의 본격적인 무역전쟁에 돌입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그로부터 2년9개월이 지난 2020년 10월, 기세등등하던 트럼프의 날개가 꺾인 때문일까.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와의 대통령 선거 지지율이 큰 격차로 벌어지고 상·하원 모두 민주당의 압승이 예상된다는 이른바 블루 웨이브(Blue Wave) 관측에 지난 9일 중국 역내 외환시장에서 위안화는 1.42% 오른 달러당 6.6947위안까지 치솟았다. 2005년 달러 페그제(특정 통화가치가 미국 달러화 대비 일정 범위 안에서만 움직이도록 묶어두는 제도) 폐지 이후 15년 만의 최대 상승 폭이다.

중국 경제 호조세가 밀어올린 위안화

한 나라의 통화가 국제정치 이슈에 휘둘리는 것은 자원 배분을 심하게 왜곡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위안화 강세가 2018년과 다른 것은 블루 웨이브 기대감에다 중국의 경제 펀더멘털 호조세까지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코로나19 와중에 올해 플러스 성장(1.8%)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는 중국이 유일하다. 지난달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는 51.5로 7개월 연속 기준치(50)를 웃도는 등 실물경제에 온기가 돌고 있다. 비제조업 PMI는 55.9로 83개월 만에 최고치다. 8월의 소매판매도 0.5% 상승해 올 들어 처음 증가세를 보였다. 미국의 달러 약세에 따른 반사이익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블룸버그통신 등은 홍콩달러를 제외하고 주요 30개국 통화 가운데 위안화가 최근 가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이는 중국 당국이 위안화의 국제화에 대한 자신감을 갖기에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중국 인민은행이 12일부터 선물환 거래에 대한 위험준비금 비율을 20%에서 0%로 낮춘 것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이 조치로 이날 위안화는 장중 0.3~0.4% 떨어진 6.71~6.72위안대를 유지했다. 인민은행의 조치는 겉으로는 위안화 강세 장기화로 환차손에 노출된 기업을 보호하려는 것이지만 통화정책 운용에 그만큼 여유가 생겼음을 의미한다.

위안화 강세는 10년물 기준으로 미국 국채보다 수익률이 2% 포인트 이상 높은 중국 국채의 위상 강화로 표출되고 있다. 1%의 수익률도 보장해주지 않는 10년 만기 미국 재무부 채권은 이제 국제 금융시장에서 투자 매력을 상실했다는 불만이 나온다. 반면 최근 위안화 채권은 FTSE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결정을 계기로 세계 주요 3대 지수에 모두 편입되게 되어 외국인 투자 유입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올 들어 8월까지 중국 채권시장에 새로 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사상 최대 규모인 6150억 위안을 넘었다.

크리스티 탠 국립호주은행 아시아담당 전략가는 최근의 위안화 절상 추세에 대해 중국 당국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현재의 상황은 구조적인 것이지 순환적인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진단했다. 씨티그룹 등은 2018년 상반기 중 보였던 지지선인 6.67위안대가 이번에도 강한 저항선으로 작용하다 달러당 6.50위안선으로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달러 약세에다 미 재무부 채권의 투자 매력 저하로 안전 피난처(Safe Haven)가 위안화로 옮아갈 가능성에 대한 관측까지 나올 정도다. 다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평가가 대세다.

조지 매그너스 옥스퍼드대학 교수는 중국의 정책 리스크와 당국의 환율 개입 등을 여건 부족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위안화는 좋은 거래 대상은 될지언정 인민은행이 통화 절상과 절하 폭을 2%로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아직 여건이 성숙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왕서방’ 장단에 덩달아 춤추는 원화

위안화 가치 상승에 따라 원화 가치도 오르고 있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6.5원 떨어진 1146.8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1140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4월 23일(1141.8원) 이후 약 1년6개월 만이다. 한 달 새 40원 이상 하락했다.

5년 전부터 한국이 중국의 최대 교역국이어서 원화가 위안화에 동조하는 이른바 ‘프락치’로 인식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위안화 강세는 다른 이머징 통화들 가운데서도 원화에 대한 관심을 자극하는 재료”라면서 “경상수지 흑자를 꾸준히 유지하는 구조적 요인 외에도 중국과는 지역적, 경제적으로 연관성이 큰 한국의 원화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위안화 프락치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진단했다. 위안화가 원화를 움직이는 동력으로 작용하는 이런 현상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두드러져 보이는데 지난 4~6월 달러 약세가 한창일 무렵 유독 위안화와 원화가 반응을 보이지 않은데서도 엿볼 수 있다.

원화 강세로 우려되는 것은 수출 경쟁력 약화다. 이에 이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및 교역 회복이 가시화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즉 경제 펀더멘털 모멘텀이 환율 효과의 소멸, 약화보다 강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원·달러 환율이 10% 등락한다고 가정하면 수출주 이익 모멘텀이 5% 이하일 경우 환율은 모멘텀 마이너스 반전 또는 플러스 폭 확대의 변수가 된다. 반면 이익 모멘텀이 30% 이상일 때 환율은 모멘텀 둔화, 강화의 변수는 될 수 있지만 추세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따라서 코스피와 대표 수출주인 반도체, 자동차의 2021년 이익 모멘텀은 각각 40%, 39%, 53%로 환율 효과가 내년 코스피와 수출주의 실적 모멘텀을 좌지우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동훈 금융전문 기자 d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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