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도 없고, 목돈도 없고” 전세 찾다 꿈을 잃은 청년들

[2020 가을, 대한민국 전월세 리포트] <상> 극한체험, 전세 구하기


임대차시장의 전세난은 가뜩이나 불안정한 청년들의 주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치솟은 전셋값을 감당할 만한 목돈이 없는 데다 청년층의 주거안정을 위한 전세 대출제도가 있다한들 매물 자체가 급감한 까닭에 혜택을 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직장인 정유미(가명·30·여)씨는 ‘중소기업청년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지난달 서울 용산구에 16.5㎡짜리 집을 구했다. 넉 달 넘게 발품을 팔아 구한 것이다. 정씨가 이용한 중기청 대출은 임차보증금의 80%까지 최대 1억원을 1.2%의 금리로 대출해주는 제도다. 하지만 중기청 대출이 가능한 매물이 적은 데다 1억원 초반으로는 위치나 크기 면에서 적당한 전셋집을 쉽게 구할 수 없었다. 정씨는 “중기청 대출은 생애 한 번밖에 가입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집으로 쉽게 이사를 갈 수도 없다”며 “매년 전셋값이 치솟고 있어 다음에는 이만한 조건의 집을 절대 구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이모(31)씨는 대학생 때부터 거주하던 집에서 이사하는 것을 포기했다. 대학생 때는 전세가 1억2000만원으로 최대 26㎥짜리 집을 구할 수 있었지만 최근 부동산에는 최소 1억원 후반대부터 전세가가 형성돼 있다. 그렇다고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로 내 집 마련을 하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 평범한 청년 입장에선 청약 당첨이 불가능에 가까운 데다 집을 사기 위해 필요한 목돈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세난은 결국 청년들의 주거비 부담으로 이어진다. 많은 청년들이 전세 대신 차선책으로 준전세, 월세 매물을 구하고 있다. 김기태(가명·30)씨는 지난해 서울 관악구에 1억6000만원짜리 전셋집을 구했지만 전세보증금을 다 마련할 수 없어 집주인과 협의해 전세보증금 1억2000만원에 월세 30만원을 내는 반전세로 돌렸다. 김씨는 “전세대출이자에 월세까지 내고 나면 사실상 한 달 50만~60만원짜리 월세를 사는 것과 거의 차이가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청년들을 이미 과열된 ‘부동산 광풍’에 올라타게 만드는 금융정책이 아니라 실질적인 주거 복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용찬 민달팽이유니온 기획국장은 “월세-전세-자가라는 전통적인 ‘주거의 사다리’를 오르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진 시대에 청년들의 주거권을 실질적으로 안정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전세대출 상품을 늘리는 식으로 부동산 금융을 키우는 접근이 아니라 공공임대주택, 표준임대료제도 등 주거 복지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애 강보현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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