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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돼지열병’ 4700마리 생수공장 옆에 파묻었다

매몰 104곳 중 3곳 생수공장 인근… 침출수 조치했다지만 우려 커져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감염된 돼지를 생수 제조공장 바로 옆에 파묻은 사실이 국민일보 취재를 통해 확인됐다. ASF 감염 개체를 포함해 4700마리의 돼지가 생수업체에서 직선거리 500m 이내에 파묻혔다.

침출수가 나오지 않도록 철저히 조치했다지만 100% 자신할 수 없다. 먹는물의 경우 별도로 ASF 바이러스 유입 여부 검사를 하지 않는 점도 우려를 더한다. 매몰지 선정 방식의 허점이 국민이 마시는 생수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줬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국민일보가 12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ASF 관련 매몰지는 지난해 기준 104곳에 달한다. ASF 확진 농장 14곳과 예방적 살처분 대상 농장에서 나온 돼지를 경기도와 강원도 곳곳에 묻었다. 산재해 있는 매몰지를 환경부가 허가한 생수업체 61곳과 대비해봤다. 그 결과 경기도에 위치한 3곳의 생수업체가 매몰지와 인접해 있었다.

특히 경기도 연천에 있는 A생수업체는 지난해 2차 감염 사례가 나온 돼지농장 바로 옆에 있다. 지도상 거리는 500m가 채 되지 않는다. 살처분한 4700마리 돼지는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라 농장 부지에 묻혔다. 구제역과 대비된다. 권 의원실에 따르면 2016~2019년 구제역 관련 매몰지 33곳 중 생수업체 주변에 위치한 곳은 없다.

A업체가 대형 업체라는 점이 더 큰 문제다. A생수업체는 하루에 2564t의 물을 취수한다. 일일 기준 전국 61곳의 생수업체 가운데 세 번째로 많은 생수를 생산한다. 침출수가 흘러들었다면 파장이 작지 않다.

매몰 전 소독 작업과 침출수 방지 조치를 하지만 위협이 없다고 단언하기 힘들다. 지난해 11월 연천군에서 ASF 돼지 매몰지 침출수가 임진강으로 흘러들어갔다. 당시 이낙연 총리가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생수 공정 과정에서 ASF 바이러스를 걸러내기 힘든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먹는물관리법’에 따르면 ASF·구제역 등 축산 바이러스는 검사 대상이 아니다. ASF 바이러스가 있어도 출하에 문제가 없다. 다만 A생수업체 관계자는 “취수원이 1.5㎞ 떨어진 곳이고 품질 관리를 철저히 하기 때문에 침출수 유입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답했다.

SOP의 허점이 불러 온 폐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SOP에 따르면 매몰 지역 인근에 생수업체가 있을 경우 거리를 둬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권 의원은 “매몰지 선정 시 생수업체와의 거리를 필수적으로 고려하고 생수 공정에 ASF·구제역 등 바이러스 검사를 의무화하는 입법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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