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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샤오펀훙의 생트집

라동철 논설위원


“올해 행사는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의미가 남다르다. 우리는 (한·미) 양국이 함께 겪은 고난의 역사와 많은 남성과 여성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 지난 7일 한·미 친선 비영리재단인 코리아소사이어티 연례행사에서 밴플리트상을 받은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이 밝힌 수상 소감의 일부다. 한·미 우호 관계 증진에 기여한 인물이나 단체에 주는 상이고 올해가 6·25전쟁 70주년이니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지극히 상식적인 수준의 발언이었다. 그런데 중국의 누리꾼들이 트집을 잡고 나섰다. 벌떼처럼 달려들어 “전쟁에서 희생된 중국 군인을 존중하지 않고 중국을 모욕했다”는 등의 댓글을 퍼부었다. BTS가 광고모델로 나선 제품 불매까지 거론하자 한국 기업들은 화들짝 놀라 BTS와 거리두기에 들어갔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중국에서 운영하는 공식 쇼핑몰과 소셜미디어에서 BTS 출연 광고를 내렸고 휠라도 BTS 관련 웨이보 게시물을 삭제했다.

중국 누리꾼들의 타국 인사 발언에 대한 과민반응은 이번만이 아니다. 가수 이효리씨도 얼마 전 방송에서 자신의 예명을 글로벌하게 ‘마오’라고 하는 게 어떠냐는 말을 한 후 융단폭격을 받았다. 마오쩌둥 전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을 폄하하고 조롱했다는 것인데 맥락을 보면 전혀 그런 의도가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런데도 댓글 공격은 확산됐고 이씨는 견디다 못해 SNS를 중단해야 했다.

중국이나 중화사상에 비판적인 인물로 몰아붙여 온라인상에서 강한 적대감을 표출하고 사이버 폭력을 가하는 누리꾼 집단을 ‘샤오펀훙(小粉紅)’이라고 한다. 작은 분홍은 애국심으로 무장한 젊은이를 뜻하는데 1990년대 출생한 ‘주링허우(90后)’, 2000년대 출생한 ‘링링허우(00后)’ 등이 주축이다. 온라인 환경에 익숙하고 시진핑 체제에서 강화된 애국주의 교육을 받은 세대들이다. 맹목적이고 배타적인 중화주의에 사로잡힌 샤오펀훙의 무분별한 공격이 잦아질수록 타국의 반감도 커질 텐데 중국은 이를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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