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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된 광주·깨어난 양심… 1980년 진압군의 기억

창작뮤지컬 ‘광주’ 관객에 공개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제작된 창작 뮤지컬 ‘광주’의 한 장면. 이 작품의 극작과 연출을 맡은 고선웅은 앞서 5·18 광주를 소재로 연극 ‘들소의 달’ ‘푸르른 날에’ ‘나는 광주에 없었다’를 선보인 바 있다. 연합뉴스

1980년 5월,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의 계략은 이랬다. 광주 시민을 폭도로 몰아 진압하고 정권 찬탈의 명분으로 삼자. ‘편의대’가 그 시작이었다. 시위대에 잠입해 폭력 시위를 조장하고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업무를 부여받은 편의대는 모략을 일삼는다. 하지만 민주화를 향한 광주 시민들의 의지는 꺾이지 않는다. 고립된 광주, 그 안의 시민들. 가슴 아픈 역사가 눈앞에 펼쳐졌다.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탄생한 창작뮤지컬 ‘광주’가 무대에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침체한 공연시장에 굵직한 창작 뮤지컬이 등장하면서 단비를 뿌릴지 주목된다.

이 작품은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추모하는 노래인 ‘임을 위한 행진곡’의 대중화·세계화 사업 일환으로 기획됐다. 앞서 5·18 광주를 다룬 연극 ‘들소의 달’ ‘푸르른 날에’ ‘나는 광주에 없었다’로 찬사를 받았던 고선웅 연출은 이번 작품에 대해 “5·18민주화운동을 계속 아픈 역사로 상기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 상황의 본질을 노래하고, 춤추고, 사랑하는 모습으로 보여드리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극은 1980년 5월 1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심에는 광주 시민들이 있고 ‘임을 위한 행진곡’기 그 바탕에 놓여 있다. 투박하면서도 확장된 공간성이 부여된 무대에는 불의에 맞선 소시민들의 결기가 스며있다.

중심 인물은 505부대 편의대원 박한수다. 이야기는 광주 시민의 열망에 감화돼 변화하는 그의 감정선을 따라 전개된다. 시위대를 와해하려 투입된 그는 도청에 최후까지 남는 윤이건 등 시민들을 만나면서 이념의 변화를 겪게 된다. 그리고 광주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몸을 내던진다.

다만 박한수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다 보니 이 작품은 관객 입장에서는 해석에 한계가 있었다. 계엄군과 대치 과정에서 죽음을 불사하고 투쟁하던 이들의 뼈아픈 이야기와 굳건한 신념의 서사는 건너뛰고, 어찌 보면 가해자로 해석할 수 있는 인물의 심리 변화에 집중하면서 본질을 비껴갔다는 지적이다. 박한수를 연기한 배우 민우혁은 “박한수의 억울함은 개인적인 사정일 뿐”이라며 “결국 민주화를 위해 목숨을 내던지지만 그 과정이 죄책감을 덜어내기 위한 행동처럼 보이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모든 캐릭터는 실제 5.18 민주화운동 당시 끝까지 싸웠던 열사들을 모티브로 했다. 그런데, 등장인물이 많고 여러 사연을 녹이다 보니 전체적으로 캐릭터의 입체성이 떨어지고 이야기의 흐름이 매끄럽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작사 측은 “준비 기간이 길었던 만큼 제작진은 이야기를 완벽하게 납득한 상황이었지만 극을 처음 보는 관객 입장에서는 전개가 불친절하다고 느껴질 여지가 있었다”며 “초연이다 보니 여러 피드백을 흡수하면서 대본이나 동선 등을 수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아픈 역사가 주는 묵직한 메시지는 충분히 담겼다. “우리를 잊지 말아 주십시오.” 5·18민주화운동 기간 내내 실제 가두방송에서 나온 말로 이런 작품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는 대사기도 하다. 군중의 눈물과 피가 뒤섞인 외침을 듣는 것이 괴롭지만 잊지 않아야 할 40년의 역사가 선명해진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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