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한 재정준칙 필요”… 정부·여당에 훈수 둔 이주열

가파른 가계부채 증가세엔 우려감… 금통위 기준금리 현행 0.5% 동결

사진=한국은행 제공

이주열(사진) 한국은행 총재가 “엄격한 재정준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 방안을 두고 정치권 안팎으로 논란이 이는 가운데 직접 견해를 밝힌 것이다.

이 총재는 14일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 이후 가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국가재정 운용에 필요한 자기규율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재정준칙 도입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면서 “더욱이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른 저출산과 급속한 고령화 진전으로 연금이나 의료비 등 의무지출의 급증이 예상되는 만큼 엄격한 준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국가채무비율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60%,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를 3% 이내로 관리하는 재정준칙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재정준칙 시행 시점을 2025년으로 둔 데다 각종 예외조항을 붙인 점 등을 들어 ‘느슨하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여당 내에서도 코로나 비상 시국을 들어 ‘재정 준칙 무용론’이 불거졌다. 이에 대해 이 총재가 ‘엄격한 재정준칙’을 언급하면서 정부와 여당 모두에 훈수를 뒀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사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가계부채 증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우리나라 가계부채 상황이 이미 높은 수준인 가운데서 최근 증가세가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무엇보다도 늘어나는 가계대출 자금이 자산시장으로 과도하게 유입될 경우 추가적인 금융불균형 축적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가볍게 넘길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현행 0.5%로 동결키로 했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금통위의 정책 기조 변화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은 금통위 이전부터 이어졌다.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주식에 몰리고, ‘버블(거품)’ 논란이 여전한 점도 금리 동결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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