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작가의 집요한 연쇄 살인·성폭행범 추적기


[책과 길] 어둠 속으로 사라진 골든 스테이트 킬러 / 미셸 맥나마라 지음, 유소영 옮김, 알마 456쪽, 1만8500원

영화와 드라마에서 장기 미제 사건을 쫓는 이들에 흔히 겹쳐지는 단어는 ‘집착’ ‘집요함’이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조디악’이나 봉준호의 ‘살인의 추억’ 등에 등장하는 기자 또는 형사의 이미지에서 익히 봐왔던 이미지들이다.

‘어둠 속으로 사라진 골든 스테이트 킬러’는 1970년대부터 80년대에 걸쳐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에서 13건의 살인, 50건의 성폭행을 저지른 범인을 추적하는 고(故) 미셸 맥나마라의 집요한 추적기다. 사건 발생 당시에는 시차와 지역의 차이를 두고 발생한 성폭행과 살인사건이 동일인의 범죄라는 사실조차 몰랐을 정도로 미궁에 빠졌던 사건이었다.

미제 사건을 다루는 ‘트루 크라임 다이어리’를 만들어 운영하던 맥나마라는 해당 사건 범인을 ‘골든 스테이트 킬러’로 명명하며 대중의 관심을 불러왔다. 2016년 4월 그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을 때 ‘골든 스테이트 킬러’와 관련해 남긴 자료의 양은 이 사건에 대한 그녀의 관심과 노력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그녀의 지인들이 그녀의 하드 드라이브에서 찾아낸 관련 파일은 3500여개, 10여권의 노트와 연습장, 디지털 문서로 저장된 수사기록 수천 페이지, 상자 37개 분량의 추가 자료였다.

수사기관에 있지도 않고, 사건과 무관한 그녀가 해당 사건에 몰입한 것은 열네 살 때 동네에서 겪은 살인사건의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범행 현장을 찾아가 보기도 했던 그녀는 “나를 사로잡은 것은 범인의 얼굴이 있어야 할 자리를 유령처럼 차지한 물음표였다”며 “범인의 신원이 텅 비어 있다는 사실만이 폭력적으로 강렬하게 다가왔다”고 말한다. 혹 공명심 때문이 아닐까 하는 의문은 그녀가 남편에게 남긴 다음 말을 통해서도 부정된다. “내가 그를 잡느냐 마느냐 하는 데는 아무 관심이 없어. 난 그저 그의 손목에 수갑이 채워지고 등 뒤로 감옥 문이 닫히는 광경을 보고 싶을 뿐이야.”

그녀의 바람은 사후 이뤄진다. 그녀가 남긴 자료를 바탕으로 이 책이 2018년 나온 지 얼마 뒤에 범인 조지프 제임스 드앤젤로가 잡힌 것이다. 수사기관은 맥나마라의 자료가 범인 체포에 기여한 바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제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관심과 의지라는 면에서 그녀의 공은 작지 않다. 맥나마라의 지인이었던 탐사보도 기자 빌리 젠슨의 다음 말은 이 사건에서 그녀의 역할을 대변한다. “미셸은 이전에 주목받지 못했던 사건에 대중의 관심을 불러왔습니다. 그 점이 다양한 수사기관에서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는 동력이 되었어요.”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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