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시대’…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마주하다

유료 온라인 공연 평가

코로나19 장기화로 한국에서 유료 온라인 공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특히 지난 9월부터 국공립 예술단체와 뮤지컬 제작사가 스트리밍에 뛰어들어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잃어버린 얼굴 1895’ ‘모차르트!’ ‘광염 소나타’ ‘귀환’. 각 사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속에 한국에서 유료 온라인 공연 시대가 도래했다. 관객의 반응은 “극장에서 보고 싶다”. 애호가 입장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뜻이고, 입문자에겐 공연에 대한 흥미를 북돋우는 촉매제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 9월부터 국공립 예술단체와 일부 뮤지컬 제작사가 유료 온라인 공연에 나서고 있다. 일종의 테스트 기간인 만큼 VOD(주문형비디오)일 경우 영상 심의를 받아야 하는 등 예상치 못한 문제가 대두되기도 한다. 다만 온라인 공연이 기존 오프라인 공연의 대체재가 아닌 새로운 장르로 확장해야 하는 방향은 분명하다.

핵심은 영상의 질… 서울예술단 호평

가장 좋은 반응을 이끈 것은 지난달 28~29일 네이버TV에서 스트리밍한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985’이다. 2회에 2000여명이 몰렸다.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이 약 850석인 것을 고려하면 같은 횟수의 오프라인 공연보다 더 많은 관객이 관람한 셈이다.

국공립 예술단체 가운데 온라인 공연에 가장 적극적인 서울예술단은 공연의 영상화를 제대로 이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흥선대원군, 고종, 명성황후가 한꺼번에 3분할 화면으로 등장한 장면은 온라인 공연이기에 가능한 시도였다. 다만 카메라워크가 오프라인 공연의 웅장함을 전달하는 것까지는 무리였다. 특히 작품의 포인트로 꼽히는 군무 장면에선 원성이 나왔다.

LG아트센터가 영국 램버트 무용단과 손잡고 선보인 ‘내면으로부터’는 프로시니움 무대에서 벗어난 장소 특정형 공연과 댄스필름의 장점을 섞은 작품이었다. 램버트 무용단이 스트리밍용으로 기획한 신작으로 세계 9개 극장과 협업해 지역별로 생중계 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다만 버퍼링은 아쉬운 점이다.

손익분기점은 아직… EMK는 수혜

가장 큰 수확을 얻은 것은 EMK뮤지컬컴퍼니의 뮤지컬 ‘모차르트!’다. EMK는 지난 3~4일 네이버 V라이브에서 2회 유료 스트리밍을 통해 1만5000여명을 모았다. 온라인 공연 제작비는 약 2억원으로 추산되는데, 티켓을 MD상품과 결합해 평균 3~4만원 정도에 판매했으니 약 5억원을 번 셈이다. 다만 제작비에 플랫폼 수수료가 빠져있어 실제 수익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모차르트!’를 제외한 다른 작품은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잃어버린 얼굴 1895’은 티켓을 2만원에 판매했으니 4000만원 정도 이익을 거뒀는데, 제작비 7000여만원에 플랫폼 수수료까지 더하면 투자금의 절반 정도 회수한 실정이다.

뮤지컬은 그나마 상황이 낫다. 지난달 24~25일 유료로 스트리밍한 국립극단의 연극 ‘불꽃놀이’는 당초 오프라인일 경우 3만원으로 책정됐던 티켓 가격을 온라인에서 2500원으로 대폭 낮췄다. 통상 온라인 티켓은 대면 관람권 최고가의 약 20~30%로 정하지만, 이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유료 온라인 공연 시범사업의 성격에 가격을 대폭 낮췄지만 앞으로 연극 분야에서 가격 문제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오프라인 공연보다 제작비는 더 많이 들지만 볼 사람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어서다.

아이돌 지향, 이대로 괜찮나

‘모차르트!’의 성공에는 한류 스타 김준수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오로지 김준수라는 브랜드에 기댄 것만은 아니었다. 연출·음악·연기 등 작품의 완성도를 위한 3박자가 맞았다. 반면 K팝 아이돌이 다수 출연한 창작 뮤지컬 ‘광염소나타’는 기대 이상의 호응을 끌어냈지만, 연기력 부족 지적 속에 팬덤에만 기댔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찬가지로 도경수, 이홍기 등 아이돌이 출연하는 육군 뮤지컬 ‘귀환’은 수혜자 그룹에 속한다. 인터파크 티켓에서 판매가 시작됐던 지난달 초부터 약 보름 동안 랭킹 1위에 이름을 올렸다. MD샵을 활용할 수 있고, 티켓 구매자들의 접근성이 높은 인터파크 티켓 스트리밍 플랫폼을 활용하면서 얻은 반사이익이기도 하다. 이들의 팬덤이 큰 역할을 했지만 대중적인 반응은 ‘광염소나타’와는 달랐다. 배우들의 연기가 호평을 얻으면서 완성도 측면에서도 합격점을 얻었다.

아직도 “정답은 아이돌”이라고 여기는 제작사가 많지만 지속할 수 있는 모델은 아니다. 캐스팅 비용은 막대하지만 완성도는 오히려 저하될 수 있어서다.

새로운 시장의 순기능 확대해야

그럼에도 이런 수확이 유의미한 이유는 새로운 관객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각국에 흩어진 아이돌 팬덤을 온라인 공연이 흡수하면서 다른 공연 관람으로 이어지는 시너지 효과를 누릴 가능성이 크다.

장벽이 높았던 오페라나 클래식 분야의 온라인 공연은 대중화를 위한 또 다른 기회다. 지난달 네이버TV에서 스트리밍한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와 국립오페라단 ‘마농’ 공연에는 “오페라는 처음 보는데 공연장에서도 보고 싶다”는 반응이 나왔다.

박민지 강경루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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