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길도, 인도도 주차 말라굽쇼?” 오토바이 배달기사들 분통

주차공간 없는 오토바이 “길에 세워진 건 다 불법”


서울 강남구에서 배달대행업을 하는 30대 한모씨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이던 지난 8월 말 배달 도중 주정차 위반 단속에 걸렸다. 주문받은 음식을 가지러 한 아이스크림 가게에 갔는데 20여명의 배달기사가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차도가 아닌 인도에 주차했기 때문이었다.

한씨는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외식 대신 배달음식 주문을 장려하면서도 정작 배달기사들의 주차 문제에는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15일 “현행법대로라면 길에 보이는 치킨집 앞에 세워진 오토바이들도 다 불법”이라며 “말이 ‘배달의 민족’이지 사실은 배달 후진국”이라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배달 문화가 확산되고 있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오토바이 배달기사들은 부족한 주차공간 때문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륜주차장은 거의 찾아보기 힘든 상황에서 다른 장소에 오토바이를 세워두기만 하면 속속 ‘과태료 딱지’가 날아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안전한 배달문화 안착을 위해서라도 아파트나 상가에 이륜주차장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기도 시흥에 사는 A씨(26)는 취업을 준비하면서 용돈 벌이로 배달대행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그의 수입에 변수가 생겼다. 인도에 오토바이 주차를 했다가 4만원짜리 주차 딱지가 4차례나 날아온 것이다. 벌점 기준도 초과해 따로 시간을 내 교육도 받아야 했다.

경기도 수원에서 전업 배달기사를 하는 김모(51)씨는 “배달기사들이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싶어서 저지르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몇 주 전 사무실에 들러 급한 용무를 보고 나왔더니 그사이에 인도 위에 세워둔 오토바이가 단속에 걸려 딱지를 떼인 일화를 소개했다. 김씨는 “한강공원의 지정 배달음식 수령 장소처럼 도로 곳곳에도 이륜차 1대 정도는 세울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아파트나 상가마다 이륜주차장 설치를 의무화하거나 설치 시 인센티브를 주는 등 다양한 방식을 모색해볼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보험업계와 함께 자기 부담 특약 도입을 골자로 한 유상운송용 이륜차(배달 오토바이 등) 보험료 부담 방안을 마련했다. 이륜차 사고 발생 시 운전자 자기부담금은 0원, 25만원, 50만원, 75만원, 100만원 중에서 선택하도록 했다. 보험료 할인율은 담보별로 대인Ⅰ(운전 중 사고로 다른 사람을 다치거나 죽게 하는 경우) 6.5~20.7%, 대물 9.6~26.3%다. 무사고를 유지하면 다음 해 할인·할증 등급이 개선돼 보험료를 더 낮출 수 있다.

이륜차보험 약관에는 배달서비스 종사자가 가정·업무용 보험에 가입한 뒤 사고를 당하면 보상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명시한다. 배달 오토바이 운전자가 유상운송용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정·업무용 이륜차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최지웅 강창욱 기자 wo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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