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지 않은 척
고요해진 척

회사에서는 손인 척일하지
술자리에서는 입인 척 웃고 떠들지
거리에서는 평범한 발인 척 걷지

슬픔을 들킨다면
사람들은 곤란해할 거야 나는 부끄러워질 거야

네가 떠오를 때마다
고개를 흔들지 몸속 깊숙한 곳으로 밀어두지

구덩이 속에서 너는 울고 있겠지만

내가 나에게 슬픔을 숨길 수 있을 때까지
모르는 척
내가 나를 속일 수 있을 때까지
괜찮아진 척

유병록 시집 ‘아무 다짐도 하지 않기로 해요’ 중

시인은 슬픔이 없는 척한다. 평범한 척 살다가도 고개를 드는 슬픔을 애써 모른 척하고 밀어둔다. 어린 아들을 먼저 보낸 시인의 슬픔은 여러 ‘척’을 통해 더 절절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시집 왼쪽에 실린 시 ‘슬픔은’과도 대구를 이루는 것처럼 어울린다. ‘슬픔은’은 다음의 2행으로 이뤄져 있다. “양말에 난 구멍같다/들키고 싶지 않다” 시집에 있는 ‘시인의 말’도 단 두 줄로 쓰여 있다. “쓰겠습니다. 살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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