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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불탄 전기차, 세계 곳곳 리콜사태… 홍역 치르는 ‘K배터리’

업계 “화재 원인 규명 신중해야”

지난 17일 새벽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주민자치센터 주차장에서 전기 충전 중이던 코나 일렉트릭(EV)에 불이 나 연기가 치솟고 있다. 남양주소방서 제공

명확한 원인 규명 없이 국내외서 잇따르는 화재에 성장 가도를 달리던 전기차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현대자동차의 코나 일렉트릭(EV) 글로벌 리콜 결정에도 남양주 충전소를 이용 중이던 코나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화재 원인이 밝혀지기 전까지 배터리 제조사들의 성장통도 계속될 전망이다.

18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포드, BMW, 아우디 등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와 전기차(EV) 등 12만대를 리콜 중이다. 포드와 BMW에는 삼성SDI의 배터리가, 현대자동차에는 LG화학의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선 국토교통부가 ‘배터리 결함’을 이유로 코나의 리콜을 결정하면서 관심이 쏠렸다. 현대차는 국내 판매된 2254대를 포함해 전 세계 7만7000대를 리콜하겠다고 발표했다.

화재의 명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국토부는 전기차 배터리셀 제조 불량을 화재 원인으로 지적했다. LG화학이 이에 “현대차와 공동으로 실시한 재연 실험에서도 화재로 이어지지 않아 분리막 손상으로 인한 배터리 셀 불량이 원인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반박하면서 화재 원인은 미궁에 빠졌다.

해외에서도 원인이 밝혀진 화재는 없다. 7차례의 화재 이후 리콜을 시행한 포드는 쿠가 PHEV의 연료 탱크와 배터리 간격이 좁아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BMW는 “배터리 완충 시 화재 위험성이 커진다”며 리콜을 결정했지만 명확한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았다. 아우디는 배선 결함으로 습기가 배터리셀에 스며들 경우 화재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며 리콜을 발표했다.


전기차 화재 원인으로는 국토부가 지적한 배터리셀 외에도 배터리 안전 마진, 냉각수 누출 등이 지적된다. 배터리 안전 마진은 배터리의 안전성과 수명을 위해 충전과 방전을 하지 않는 구간이다.

예를 들어 안전 마진이 10%인 경우 배터리를 완충해도 실제로는 배터리 용량의 90%까지만 운용된다. 배터리 과부하를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범퍼’다. 안전 마진이 낮으면 주행거리는 길어지지만 배터리 안전성은 낮아진다. 일각에서는 코나의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안전 마진을 낮게 설정한 것이 코나 화재 빈발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코나는 출고 전 울산 1공장에서 2차례 화재가 발생했는데 당시 화재 원인은 냉각수 누수로 추정됐다. 정확한 코나 화재 원인은 올 연말 국토교통부 자동차안전연구원의 조사 결과 발표에서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배터리 업계는 화재 원인 규명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LG화학, 삼성SDI 등 ‘배터리 제조사’는 배터리셀을 주로 생산하고 완성차 업체나 부품사에서 배터리팩, 배터리 모듈,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을 담당해 배터리를 완성하는데 배터리셀을 화재 원인으로 지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명확하게 원인을 밝히기 어려운 상황에서 배터리 결함을 꼽는 것은 배터리 시장 성장세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에너지저장시스템(ESS) 화재 원인으로 배터리가 지적돼 국내 ESS 시장이 고사했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ESS를 시작으로 배터리 업계가 성장통을 강하게 겪고 있다”고 표현했다.

다만 화재 원인이 밝혀져 불확실성이 해소될 경우 배터리 업계 성장은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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