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휴직에 합격해도 입사 보류, 청년들 ‘코로나 절망’

9월 ‘일시 휴직자’ 전년보다 112%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소강상태로 접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청년의 삶 위에는 ‘코로나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감염병 확산 초기 시작된 휴직이 장기화된 청년 직장인과 입사시험에 합격하고도 수개월째 출근조차 못하고 있는 취업준비생들은 “올 한 해가 내 인생에서 아예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호소한다.

국내 항공사에 근무하는 20대 김모씨는 지난 5월부터 6개월간 휴직 중이다. 잠시 휴식기를 갖자며 받아들였던 휴직 권고가 예상보다 길어지자 김씨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이젠 어떻게 일하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을 정도다. 김씨는 18일 “다른 항공사의 구조조정을 보니 큰 회사도 무너질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에 겁난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어 “항공업계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해결돼야 숨통이 트이는데 지금으로선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는다”며 “휴직이 더 길어지면 이직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반강제적 휴직은 청년들을 경제적 어려움으로도 내몰고 있다. 서비스업에 근무하는 이모(26·여)씨는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 두 달 일하고 두 달 쉬기를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 근무하는 두 달마저 절반만 출근하면서 수입이 급감했다. 월급이 줄어들면서 이씨는 부어온 적금을 깨야 하는 상황에까지 내몰렸다. 결국 이씨는 서울에서 지내던 자취방을 빼고, 일하는 기간만 서울의 임시 거처에 머물면서 회사에 다닌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악화에 직장에서 해고됐던 20대 A씨는 지난 7월 한 스타트업에 재취업했다. 하지만 회사는 3개월째 입사를 미루고 있다고 한다. 이 회사가 추진했던 모든 사업이 잠정 중단됐기 때문이다. 어렵게 재취업 문턱을 넘었지만 A씨는 아직 제대로 된 출근조차 못해본 상태다.

코로나19가 멈춰버린 청년들의 시간은 통계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통계청이 지난 16일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일시 휴직자’는 전년 동월 대비 41만7000명(112%) 증가한 78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701만2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9만2000명 감소했다. 취업자 감소는 지난 3월 이후 7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암울한 미래에 좌절해 오랫동안 간직한 꿈을 포기하는 청년도 있다. 정모(27·여)씨는 지난해 대학 졸업 후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10여년간 꿈꿔온 직업에 다시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그는 “원하는 직종의 채용이 딱 한 군데 열려 도전했는데, 회사가 당초 100명으로 공지했던 채용인원을 막판에 30명으로 줄였다”고 전했다. 정씨는 “회사 탓을 할 수도 없지만, 내 탓이라고 자책하기에는 상황 요인이 너무 커서 아쉽다”면서 “그냥 우리들의 인생에서 코로나로 망친 2020년이 다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울먹였다.

정부도 이런 상황을 의식하듯 청년을 위한 지원금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로 인해 그나마 숨통이 트인다는 의견도 있지만, 지급 기준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게 표출된다. 졸업 혹은 중퇴 이후 2년 이내의 청년에게만 지급되는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은 졸업 후 일정 기간이 지난 청년을 포괄하지 못하고, 청년특별구직금은 기존 취업성공패키지 프로그램을 이용한 이들에게만 해당되는 식이다. 정씨는 “코로나로 갑자기 어려워진 청년들, 졸업 후 한참 지나 나이도 많아져 취업이 더 어려워진 청년은 이제 국민도 아니란 말이냐”라며 울분을 토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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