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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건설 생산체계 개편에 대해

이복남 (서울대 교수·건설환경종합연구소)


세계는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속도와 크기로 매일 변하고 있다. 시장의 국경선이 무너졌고 전통적인 아날로그 기술은 데이터 기반 디지털 기술로 무장된 융합기술로 대체되고 있다. 산업과 산업, 기술과 기술 사이 경계선이 무너졌다. 건설도 변화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건설은 42년 전에 만들어진 생산체계로 성장해 왔다. 그런데 성장 일변도였던 건설이 위기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5년 만에 해외건설 수주액은 3분의 1로 줄었다. 내수시장이 줄어도 산업체 수는 오히려 늘었다. 건설기술자 3명 중 1명은 일자리가 없다. 한국은행 산업연관표상 과거 15년 동안 건설업 고용계수가 43.5% 줄었다. 정부는 물론 산·학·연 리더그룹은 건설이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 생산체계 개편이 절실함을 깨달았다. 노사정이 합의한 생산체계 개편 방안이 담긴 혁신 로드맵을 국민에게 공개했다.

산업체는 면허를 일감 보장으로 오해한다. 수주가 경영 제일 원칙이 됐다. 수주 기회를 늘리기 위해 유령회사를 양산한다. 면허 혹은 등록 기준이 기술과 실적을 대변하지 못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예정가격을 무시한 채 최저가로 수주에 매달린다. 저가로 수주한 계약 손실을 하도급자에게 전가한다. 하도급자는 또 다른 하도급자에게 전달하는 다단계 하도급이 만연됐다. 현장 근로자에게 최종 손실이 전가된다. 힘들고 소득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근로자가 기피하는 건설현장이 돼 버렸다.

산업체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 기술자의 일자리를 전 세계 시장으로 확대해야 수용할 수 있다는 절박감도 있다. 건설업 등록 조건을 완화하고 선정·평가를 강화해 기술과 실적이 높은 업체가 유리하도록 했다. 다단계 하도급 원인으로 지목된 수직 생산체계는 직접 시공을 통해 수평체계로 전환해 거래구조를 단순화시키기로 했다. 국내에 맞춘 업역 칸막이를 제거하고 업종은 통폐합을 통해 간소화시키기로 했다. 기술과 실적에 대한 변별력이 충분히 검증될 시기에 단일 면허로 가는 방안도 고려했다. 공급자 중심에서 발주자의 선택권과 재량권 중심으로 바꿨다. 발주자 재량권을 지원하기 위해 주력 분야 공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건설산업정보센터에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하면 지금의 등록제보다 훨씬 세분된 실적을 객관적 수치로 평가할 수 있게 된다. 주관적 평가보다 객관적 평가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된 셈이다. 능력 있는 중소건설업체가 성장할 기회가 많아졌다.

생산체계 개편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건설업 등록이 공사 수주를 위한 필요조건은 되지만 수행을 위한 충분조건은 될 수 없다. 기술과 실적이 높을수록 우대받는 생산체계 개편이다. 체계를 개편해도 시장 크기는 변함없다. 건설은 국내 시장 울타리에서 거대한 세계 무대로 확장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확신을 하고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복남 (서울대 교수·건설환경종합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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