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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종이 가져가요, 혼자 논다고…” 친구가 낯선 요즘 초1들

매일 등교해도 친구와 못 어울려… ‘사회성 키우기·방역’ 균형 찾아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초등학교에 19일 어린이들이 등교하고 있다. 몇몇 학생의 가방에 어린이 보호구역 내 제한속도 마크가 새겨진 천이 덮여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방역 당국의 거리두기 단계 조정으로 전국 학교 등교인원이 3분의 2 이내로 완화됨에 따라 전국 초등학교 1학년생 대부분은 매일 등교하게 된다. 윤성호 기자

“오늘도 색종이 가져갈 거야?” “응 쉬는 시간에 심심해서 혼자 가지고 놀 거야.”

서울 성북구에 사는 김모(34·여)씨는 학교로 향하는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의 뒷모습만 보면 마음이 아프다.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강화로 정상적인 학교생활이 어려워지자 아들이 ‘학교가 재미없다’며 색종이를 챙기기 시작한 것이다.

김씨는 19일 “요즘 초1은 혼자 앉다 보니 ‘짝꿍’이 뭔지도 모른다”며 “선생님도 아이들이 모이는 것을 계속 자제시켜 친구랑 못 노는 아이가 혼자서 놀 거리를 찾는다”고 속상해 했다. 김씨의 자녀는 축농증도 앓고 있다. 여기에 마스크까지 써야 해 말수가 줄고 성격도 더욱 내성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한다.

올해 학교에 첫발을 들인 초1 학생들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매우 가혹하게 다가왔다. 매일 등교가 허용되기는 했지만 정작 같은 반 친구들과도 마음 놓고 대화조차 나누기 어려운 환경이다. 학부모들은 친구들과 교감할 기회를 박탈당한 자녀가 사회성마저 제때 키우지 못할까 걱정스럽다.

금천구에 사는 한모(36·여)씨는 초1 아들이 등굣길에서 만난 같은 반 친구를 모른 체하고 지나가는 것을 보고 “왜 친구한테 인사 안 해?”라고 물었다. 그러자 아들은 본인 마스크를 이마까지 올리며 얼굴을 가리더니 갑자기 울음을 터트렸다. 한씨는 “어린이집에서 낯가림 없이 활달했던 아이가 학교 친구를 만나기만 하면 어색해서 어쩔 줄 몰라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한씨는 감염 우려에도 불구하고 아들의 학교 급식을 신청했다. 자녀가 친구들과 최대한 많이 어울렸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하지만 급식소 식탁 위에 놓인 칸막이를 보니 그마저도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독서실 같은 식당에서 아이들이 고개를 숙이고 식사를 하는 상상을 하니 안타까울 뿐”이라고 했다. 이어 “학교에서 급식 시간을 쪼개어 운영하다 보니 반 친구들이 모두 식사를 마치고 돌아올 때까지 먼저 온 아이들은 교실에 앉아 가만히 기다린다”며 “이때가 아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시간”이라고 전했다.

초2 자녀를 둔 학부모 30대 김모씨도 자녀가 1학년이었던 지난해와 사뭇 다른 분위기를 실감하고 있다. 딸이 2학년에 올라와서는 새 친구를 전혀 사귀지 못하고 있어서다. 김씨는 “딸이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 4명이랑만 어울린다”며 “그나마 친구가 있는 2학년도 힘든데 1학년 아이들은 얼마나 학교가 낯설겠냐”고 반문했다.

전문가들은 초1의 사교활동과 방역이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처음부터 흥미를 붙이지 못하고 되레 학교를 ‘감염 위험지’로 인식하기 시작하면 사회성 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미숙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학교에서 아이의 행동을 과도하게 금지하거나 정숙을 강제하는 등 강압적 지도를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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