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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태 칼럼] ‘추미애 법무부’ 정상 아니다


야당 정치인 로비, 검사 접대라는 피의자 폭로가 사실이면 충격적인 부패 커넥션
윤석열이 부실 수사 배후라는 법무부 감찰 발표에 중상모략이라고 대검은 강력 반발
부실 수사지휘인지 혹은 부실 감찰인지 명확히 가려 누군가 책임져야 이 전쟁 끝나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또다시 정면충돌했다. 라임자산운용 사건 주범의 옥중 입장문 때문이다. 폭로의 핵심은 검사장 출신 야당 정치인에게 억대의 청탁 로비를 했으며 현직 검사 3명에게 향응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내용도 구체적이다. ‘2019년 7월경 A변호사와 검사 3명 술접대 1000만원 상당’이라 적고 접대 장소를 ‘청담동 소재 룸살롱’으로 기재했다. 이 중 검사 1명은 얼마 후 라임 수사팀에 합류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진술을 했음에도 검찰이 야당 의혹은 덮고 여당 쪽만 표적 삼아 수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6일 공개된 5쪽짜리 자필 입장문에는 이런 식으로 라임 사건 개요가 빼곡히 정리돼 있다. 사실이라면 충격적인 일이다. 범죄자와 법조계의 보기 드문 부패 커넥션이라 할 만하다. 검찰 신뢰와도 직결되는 문제로 파괴력이 클 수밖에 없다. 추 장관의 법무부가 즉각 감찰에 나서고, 윤 총장이 서울남부지검에 신속한 수사를 지시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 폭로에는 의문점이 한둘이 아니다.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 대한 금품 로비를 법정에서 증언하던 주범이 여권을 향한 포문을 야당과 검찰로 돌린 의도가 일단 궁금하다. 그는 언론의 카더라식 토끼몰이와 검찰의 짜맞추기식 수사를 경험하면서 모든 사실을 알리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생뚱맞게 ‘대한민국의 검찰 개혁은 분명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음을 바꿔 여권과 추 장관 코드에 맞춰 빌붙기로 작정한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사기 피의자의 무차별 폭로를 액면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 과장과 소설이 뒤섞여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로비 내용이 시시콜콜하게 적시돼 있어 100% 거짓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수사를 통해 반드시 규명돼야 하는 이유다.

이 와중에 법무부가 엉뚱하다. 감찰 착수 이틀 만에 윤 총장을 부실 수사의 ‘배후’라고 지목했다. 구치소에 있는 주범을 상대로 직접 조사를 벌인 법무부가 윤 총장이 야권 정치인과 검사 비위 사실을 보고받고도 철저히 수사하지 않은 의혹이 있다고 발표한 것이다. 주장에 대한 검증도 없이 사기꾼 말만 믿고 윤 총장에게 총부리를 겨눈 셈이다. 이해할 수 없는 속전속결이다. 정치적 저의를 의심하게 만든다.

총장에 대한 중상모략이라는 대검의 반발은 어쩌면 당연하다. 팩트 자체가 안 맞기 때문이다. 윤 총장은 남부지검이 야권 인사에 대해 수사한다고 해서 수사를 지시했고, 검사 비위 사실은 전혀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진위는 법무부가 남부지검 수사팀을 조사하면 소상히 파악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수사팀 감찰이 제대로 이뤄진 흔적은 없다. 법무부는 의혹의 근거도 제시하지 못한다. 부실 감찰이라는 얘기다. 법무부가 엉터리 감찰을 하고 사실을 왜곡했다면 허위사실 유포로 수사를 받을 만한 사안이다.

‘추미애 법무부’가 정상이 아니다. 법치를 수호해야 할 국가기관과 그 책임자가 검찰 수사의 영역에도 사사건건 진영 논리에 따른 이중 잣대를 들이대면서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있다. 이중 잣대는 추 장관의 전매특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야당이 여권 비리 의혹 수사를 추궁하면 그런 사실이 없다는 식으로 변호한다. 여권이 연루된 옵티머스 내부 문건에 대해서도 허위 문건이라고 일축한다. 장관으로서 엄정한 수사를 강조해야 하건만 여권은 늘 감싸기만 한다. 반면 야권 의혹에 대해선 피의사실 공표 금지에도 불구하고 압수수색 사실 등 수사진행 상황을 자세히 까발리고도 안면몰수다. 장관으로서 지켜야 할 불편부당의 자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번에 옥중 폭로로 야권·검찰 비리 의혹이 나오니까 곧바로 감찰을 벌이고 서둘러 일방적 주장을 발표한 것도 정상적 수순이 아니다. 다음 날 해당 검찰청 국감에서 여당 의원들이 칼춤을 추기 좋게 멍석을 깔아주겠다는 심산이 아니라면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추 장관은 19일에는 라임 사건과 관련해 윤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아예 박탈하는 조치까지 취했다. 대검의 수용으로 양측 대립이 겉보기엔 일단락되겠지만 부실 수사지휘인지, 부실 감찰인지는 어떤 방법으로든 명확히 가려야 한다. 그에 대해 추 장관이나 윤 총장 어느 한쪽은 책임을 져야 한다. 누군가는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대충 던져놓고 얼렁뚱땅 넘어갈 생각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이 전쟁이 끝난다.

박정태 수석논설위원 jt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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