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틀린다” vs “또 틀린다”… 여론조사, 이번엔 어떨까

트럼프, 10월 조사서 7~12%P 열세… 2016년보다 더 밀리는 상황


“어떤 대선 후보도 이렇게 늦은 시점에서 트럼프가 현재 겪고 있는 여론조사 열세를 뒤집은 적은 없다.”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10월 18일 보도했던 기사다. 하지만 2020년 올해 기사가 아니다. 정확히 4년 전인 2016년 기사다. WP는 4년 전 기사에서 이렇게 덧붙였다. “만약 트럼프가 실제로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미국 여론조사 역사상 최대의 역전극이 될 것이다.”

WP가 얘기한 ‘최대의 역전극’은 현실이 됐다. 그로 인해 여론조사 기관들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미국여론조사연합회는 “완전히 틀렸다”고 오류를 인정했다.

18일(현지시간)로 11월 3일 실시되는 미국 대선은 16일이 남았다. 이번 미 대선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열세’는 계속된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전국 여론조사에서 1년 넘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밀린 적이 없다. 그러나 4년 전의 경험 때문에 여론조사를 그대로 신뢰할 수 없다는 의심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2016년 미 대선은 그해 11월 8일 실시됐다. 대선 투표를 3∼4주 앞둔 시점에 실시된 전국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게 최대 12% 포인트, 최소 4% 포인트 밀렸다. 보수적인 폭스뉴스의 2016년 10월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는 7% 포인트나 뒤처졌다.

WP는 4년 전 기사에서 트럼프가 오차범위 안에서 밀렸던 여론조사는 워싱턴포스트·ABC방송 공동 여론조사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 조사의 격차는 4% 포인트였다.

그런데도 승자는 트럼프였다. 올해는 다를까.

올해 10월 초·중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바이든의 우세가 확연하다. 바이든은 트럼프에게 최대 12% 포인트, 최소 7% 포인트 앞서 있다. 폭스뉴스 여론조사에서도 바이든은 트럼프를 10% 포인트 차로 이겼다. 바이든과 트럼프의 최소 격차가 7% 포인트로 4년 전 최소 격차(4%)보다 커졌다.

트럼프가 고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 부실 대응 논란이다. 워싱턴포스트·ABC방송의 10월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8%는 트럼프의 코로나19 대응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41%는 지지를 나타냈다.

이런 추세는 다른 조사에서도 거의 똑같이 나타난다. NBC방송·월스트리트저널의 10월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7%는 트럼의 코로나19 대응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41%는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트럼프의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반대 6 대 찬성 4’의 구도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진영은 올해 여론조사는 틀리지 않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트럼프 비판론이 확산돼 있는 데다 지지율 격차도 4년 전보다 더 크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기관들이 조사 기법을 보완했기 때문에 4년 전 실수는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바이든 진영이 막판까지 긴장을 풀지 않고 있는 점도 달라진 부분이다. 민주당이 2016년 대선에서 패배한 이유 중에는 여론조사를 과신해 표 단속에 집중하지 않았던 점도 꼽힌다. 버나드 프라가 에모리대 교수 등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2012년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을 찍었던 유권자들 중 440만명이 2016년 대선에서 투표하지 않았다. 이들이 투표장을 찾지 않은 이유는 두 가지였다. ‘내가 투표장에 안 가도 이길 것’이라는 잘못된 확신과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민주당 지지층의 반감 때문이었다. 이들만 투표했다면 당연히 클린턴이 이겼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바이든 진영은 지지자들의 투표율을 높이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바이든 캠프의 젠 오말리 딜런 선거대책본부장이 지지자들에게 “마치 추격하는 것처럼 선거운동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클린턴에 비해 바이든의 비호감도가 낮은 것도 민주당이 기대를 거는 요소다. 전체 유권자 중 바이든에 대해 비호감을 느끼는 비율은 35%라고 여론조사·데이터 전문기관 모닝컨설트가 밝혔다. 4년 전 클린턴의 비호감도는 43%였다.

트럼프는 지난 1년 동안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을 이긴 적이 없다. 그런데도 공화당은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올해 여론조사도 틀릴 것이라는 얘기다.

트럼프가 기대를 거는 그룹은 ‘샤이 트럼프’다. 트럼프 진영이 꼽는 대표적인 샤이 트럼프 그룹은 대졸 이상 학력의 백인들이다. 고학력인 이들은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지지를 숨기지만 투표장에선 트럼프를 찍는다는 것이다.

미국의 조사전문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7월 27일∼8월 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대졸 이상 백인의 61%는 바이든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38%는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고졸 이하 백인 중 64%는 트럼프를 지지하고, 34%는 바이든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백인인데 학력 차이로 정반대의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 것에 대해 트럼프 진영은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샤이 트럼프가 거의 없다는 반론도 있다. 트럼프를 몰래 찍었던 이들 중 일부가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불만 등으로 트럼프에게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또 트럼프 재임 기간 샤이 트럼프층이 더 이상 숨지 않으며 전면에 등장했다는 분석도 있다. 샤이 트럼프 의견은 올해 여론조사에서 이미 반영됐다는 것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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