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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KAI 고문 지낸 방위산업연구센터장이 ‘수리온 채택’ 유도했나

KAI 1박2일 워크숍 등 밀접 접촉… 특정업체 유리한 결론 도출 정황


수조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차세대 헬기사업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쓰일 핵심 연구용역 사업이 특정 업체에 유리한 결론이 나오도록 진행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연구용역을 맡은 산업연구원의 방위산업연구센터 총책임자가 수리온을 생산하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비상근고문으로 근무했고, 연구 보고서가 작성되는 과정에도 일부 개입한 정황이 파악됐기 때문이다.

19일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실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산업연은 지난 3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의뢰받은 ‘헬기 성능개량 사업의 산업파급효과 분석’ 연구용역에서 블랙호크(UH-60) 성능을 개량하는 것보다 KAI가 생산하는 수리온을 전면 도입하는 게 산업파급효과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지난해 5월부터 육군의 주력 헬기인 UH-60 성능개량과 수리온 전면 도입을 두고 논의를 이어왔다. 애초 한국국방연구원(KIDA)에서 UH-60 성능개량이 성능이나 비용면에서 효율적이라는 결론을 냈고, 군에서도 수리온으로의 교체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국내 산업 파급효과도 봐야 한다는 명분 아래 산업연에 연구용역을 새롭게 의뢰했다. 산업연의 결론이 ‘수리온 전면 도입’ 쪽으로 기울면서 차세대 헬기사업 방향 자체가 KAI에 유리해진 셈이다.

그러나 연구용역을 실질적으로 수행한 산업연 산하 방위산업연구센터는 이번 연구용역 결과에 이해관계가 걸린 KAI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방위산업연구센터의 수장인 안모 센터장은 올해 초부터 지난 3월 18일까지 KAI의 비상근고문을 겸직했다. 안 센터장의 KAI 고문위촉 계약서를 보면 위촉 기간은 올해 1~12월까지로 명시돼 있다. KAI는 안 센터장에 자문료로 매월 480만원, 별도 경비 명목으로 매월 120만원씩 주기로 했다. 이보다 앞선 2019년 9~11월, 같은 해 12월에도 안 센터장은 KAI의 주요 사업에 정책자문이나 태스크포스(TF) 팀장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방산업계에선 연구가 진행되는 과정에 안 센터장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라는 점에 주목한다. 실제 한 의원실에 따르면 해당 연구 용역 관련 공문 요청 및 보고서 발송 등의 결재권자는 연구 책임자인 박모 연구위원이 아닌 안 센터장 전결이었다.

안 센터장이 연구에 개입한 정황도 일부 엿보인다. 연구 기간 중 안 센터장은 이 연구를 주제로 총 3번의 회의 및 출장을 갔다. 이 중에는 1박2일 동안 KAI로 워크숍을 간 기록도 있다. 회의록에는 이곳에서 UH-60 헬기의 운영유지비, 수리온의 운영유지비 산정, 수리온의 생산 단가 기준 반영 등 연구의 핵심 변수에 대해 논의했다고 명시됐다.

한 의원은 “안 센터장이 KAI와 밀접한 관계라는 점만으로도 방위산업연구센터는 이번 과제를 회피했어야 한다”며 “수조원의 국가 예산이 투입되고 국방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업을 결정짓는 연구용역에 특정 기업으로부터 대가를 받았던 인물이 관여했다면 감사와 수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안 센터장은 “해당 연구의 내용은 군사 기밀이기 때문에 세부적으로 어떤 논의가 이뤄지는지 알 수 없고, 연구에 개입한 바도 없다”며 “센터장으로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전성필 정현수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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