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시사 > 전체기사

[살며 사랑하며] 최전선 진실

이원하 시인


요즘은 굳이 배낭과 외화를 챙겨 외국으로 떠나지 않아도 해외여행이 가능한 시대라고 한다. 인터넷에 접속해 클릭만 하면 세계 어느 나라든 손쉽게 떠날 수가 있단다. 나도 접속해봤다. 하지만 전혀 현장 느낌이 전달되지 않아서 실망했다. 실제로 떠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결정적 기분 몇 가지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아쉬운 마음을 느끼며 창을 껐다. 여행지에 부는 바람, 여행자들의 발소리, 그 나라만의 흙 내음을 어찌 인터넷이 담아내겠는가. 그걸 알기에 나는 늘 직접 떠난다. 나에게 있어 떠나는 일은 출장 같은 것이다. 떠나지 않고서는 아무런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 내가 만약 제주도에 정착하지 않았더라면 제주도에 관한 시와 산문을 엮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이 사실을 잘 알기에 다음 작품을 위해 또 배낭을 싸는 것이다.

지난겨울에 다음 작품을 위해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잠시 머물렀다. 두 번째 시집을 쓰기에 알맞은 곳인지 알아보려고 떠났던 것인데 정말 너무 좋았다. 단순히 아름다워서 좋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교과서와 인터넷에서만 보고 느꼈던 헝가리와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보름간 묵었던 숙소에서 마트에 가려면 반드시 세체니 다리를 건너야만 한다는 사실, 아침마다 길거리에서 매큼한 냄새가 풍긴다는 사실, 길거리 곳곳에 비누를 판매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 모든 카페의 커피맛이 부드럽고 연하다는 사실, 골목 구석구석에 연인들이 남기고 간 사랑의 메시지가 많다는 사실을 도대체 떠나보지 않고 어떻게 느낄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내가 절대 삶이 여유롭고 풍족해서 떠나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장르를 맡은 예술가로서 삶을 다채롭게 만드는 일에 집중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나는 나의 재능으로 아름다운 글을 많이 남기고 싶다. 그 아름다운 것은 시와 독자를 향한 마음에 있다. 진실만을 전달할 것이다. 진실만을 전달할 때 독자의 마음이 다독여지기 때문이다.

이원하 시인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