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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수사지휘 받은 윤석열 “비호세력 단죄” 입장문 직접 썼다

첫 수사지휘 때와 달리 빠른 대응… 檢내부 “용퇴 없을 것” 반응 우세

사진=연합뉴스

윤석열(사진) 검찰총장은 19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라임 사태 수사지휘권을 박탈당한 직후 “비호 세력을 철저히 단죄하라”는 입장문을 직접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상 처음으로 장관의 수사지휘를 2차례 받은 검찰총장이 됐지만 오히려 담담한 기색이었다고 한다. 이번 수사지휘가 윤 총장 거취 압박 의미라는 해석이 많지만 윤 총장 주변에서는 “용퇴할 일이 아니다”는 반응이 많다.

윤 총장은 19일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 직후 일부 참모를 불러 간략한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는 “검찰의 중립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 “수사지휘권이 남용된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하지만 결론은 “불필요한 대응을 피하고 빨리 입장을 표하자”는 쪽으로 모였다. 지난 7월 ‘검·언 유착’ 의혹 사건 수사지휘 당시처럼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갈등 양상이 반복되면 곤란하다는 생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는 즉각 외부에 표명할 입장문을 가다듬는 단계로 넘어갔다. 추 장관이 지휘한 ‘라임 사건’과 ‘총장 가족 사건’ 중 라임 사건에 대해서만 입장을 표하기로 뜻이 모였다. 윤 총장이 애초 가족·측근에 대한 사건들은 수사 보고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입장문은 법무부 조치로 라임 사건 수사지휘를 할 수 없다고 알리는 대목 그리고 라임 사건 수사에 대한 마지막 당부로 구성됐다.

윤 총장은 “대규모 펀드사기를 저지른 세력과 이를 비호하는 세력 모두를 철저히 단죄하라”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바란다”는 문구를 직접 작성했다고 한다. 법조계는 수사지휘권을 박탈당한 총장이 ‘비호하는 세력’을 말한 데 주목했다. 수사 결과 청와대 행정관 출신 인사, 현역 의원 등의 연루가 확인됐고 일부는 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이뤄진 단계였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어느 검사가 수사하든 명명백백히 밝힐 것이라는 믿음이 담긴 표현”이라고 했다.

윤 총장은 입장문이 언론에 전달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퇴근했다. 그의 태도는 평소와 다름없었다고 한다. 지난 18일 법무부가 편파적 수사지휘 의혹을 제기했을 때에는 크게 반박했지만, 수사지휘권 행사 직후에는 오히려 담담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들은 지난 7월 첫 수사지휘권 박탈 때처럼 윤 총장이 자리를 지킬 것이라 본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비상식적인 일로 나간다면, 총장도 비상식적이게 된다”고 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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