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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드 단숨에 2위’ 이석희 빅픽처에 최태원 ‘10조’ 승부수

SK하이닉스, 인텔 낸드 10조에 인수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 부문을 인수하는 이번 ‘빅딜’은 인텔 출신 이석희(오른쪽 사진) SK하이닉스 사장의 구상과 두 번의 반도체 투자 성공을 이끈 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의 승부수가 합쳐진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사장은 SK하이닉스 전신인 현대전자 연구원으로 입사한 이후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당시 반도체 업계에서 독보적 선두 업체인 인텔에서 11년간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최신 공정 기술 개발을 맡았다. 이후 SK하이닉스로 복귀한 그는 고속 승진을 이어가다 2018년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게 됐다. 이 사장은 20일 인수 소식이 전해진 이후 사내 최고경영자(CEO) 메시지를 통해 “SK하이닉스의 37년 역사에 기록될 매우 뜻깊은 날”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인텔 내부 사정에 밝은 이 사장의 낸드 부문 인수 추진에 힘을 실어줬을 것으로 보인다. 그룹 차원에서 보면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 2012년 SK하이닉스 인수, 2018년 도시바 메모리 지분 인수에 이은 반도체 부문에서의 세 번째 결단이다.

SK는 최근 반도체에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2월 SK하이닉스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에 10년간 총 12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고, 9월엔 SK실트론이 미국 듀폰 SiC웨이퍼 사업부를 54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반도체 육성은 SK가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모빌리티’의 포트폴리오를 완성해 가는 과정이라는 의미도 있다. 모빌리티는 5G 통신(SK텔레콤)과 배터리(SK이노베이션), 반도체(SK하이닉스) 등 첨단 기술을 집약한 분야로, 낸드플래시 역시 자율주행차에 필수적인 부품이다. 신호 체계, 교통·도로 상황 등의 데이터를 주변 차량·관제센터와 실시간으로 주고받으려면 열에 강하고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빠른 메모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의 주력은 단연 D램 사업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에 이은 2위를 지키고 있지만 후발주자로 뛰어든 낸드 사업은 5위권에 머물렀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글로벌 낸드 시장에서도 단숨에 2위로 뛰어오르게 되고, 삼성전자와의 격차도 10% 이내로 줄어든다. 이 경우 양사의 낸드 시장 점유율이 과반을 차지하게 됨으로써 국내 업체가 메모리 시장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낸드플래시 시장이 2024년까지 연평균 13.2%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제품으로 보면 SK하이닉스는 낸드 기반인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를 키워갈 것으로 관측된다. 인텔은 업계 최고 수준의 SSD 기술력으로 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다. 6위권인 SK하이닉스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용 SSD 등 솔루션 경쟁력을 강화해 글로벌 선두권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인수는 낸드를 키워 균형을 맞추려는 SK하이닉스와 AMD, 엔비디아 등 경쟁 업체의 맹추격을 받는 인텔의 시스템반도체 집중 전략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양대 축인 D램과 낸드 부문에서 모두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고, 인텔로서는 주력인 CPU 등 시스템반도체에 집중하게 돼 ‘윈-윈’인 거래”라고 분석했다.

다만 증권가는 이번 인수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SK하이닉스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메모리산업의 안정화가 전개된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낸드플래시 사업의 단기 흑자 전환이 어렵다는 점은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강주화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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