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감사 대책회의’ 후… 일요일 밤 관련 파일 444개 지웠다

월성1호기 감사 지연·방해 위해 조직적 행동


감사원이 20일 공개한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감사 결과에는 감사를 지연시키거나 방해하기 위한 산업통상자원부 직원들의 조직적인 행동이 그대로 드러났다.

산업부 국장 A씨는 감사원 감사에 대비해 2019년 11월 부하직원들과 대책회의에 나섰다. A국장은 부하직원 B씨 등에게 “사무실 컴퓨터뿐 아니라 이메일과 휴대전화 등 모든 매체에 저장된 월성 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감사원은 산업부에 ‘월성 1호기 관련 최근 3년간 내부 보고 자료’ 및 ‘청와대 협의 및 보고 자료’ 등을 요구했었다.

A국장의 지시를 받은 B씨는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는 일요일 밤을 틈타 사실상 ‘증거 인멸’에 나섰다. B씨는 12월 1일 밤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 2시간가량 사무실 컴퓨터에 저장돼 있던 월성 1호기 관련 자료 폴더 122개를 삭제했다.

B씨는 삭제 파일이 복구될 상황에 대비해 파일명을 수정해 다시 저장한 뒤 삭제했다. 삭제해야 할 파일이 많자 B씨는 폴더 자체를 삭제하는 과감성도 보였다. 감사원은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122개의 폴더를 복구했으나 해당 폴더에 있던 문건 444개 중 120개는 복구하지 못했다.


감사원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산업부가 경제성 평가 과정에 개입했다고 지적했다. 2018년 4월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를 의뢰받은 삼덕회계법인은 2017년 전력판매단가(60.76원/kWh)가 매년 1.9%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산업부·한수원과의 면담 및 회의를 거치면서 상승 없이 동일하게 유지되는 쪽으로 바꿨다.

산업부와 한수원은 이후 2017년 판매단가보다 더 낮은 한수원 전망단가(55.08원/kWh)로 반영할 것을 회계법인에 요구했다. 이들은 원전 이용률이 기존 84%에서 60%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이를 단가 책정엔 대입하지 않았다. 낮은 판매단가가 적용되며 월성 1호기 계속 가동에 따른 경제성도 급격히 낮아졌고 이는 한수원 이사회의 월성 1호기 조기폐쇄결정 근거자료로 활용됐다. 산업부는 “원전 정책 방향 등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을 뿐 특정 변수를 바꾸라고 부적정하게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의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백 전 장관은 2018년 4월 3일 산업부 과장 C씨로부터 월성 1호기 외벽에 철근이 노출됐다는 사실이 청와대 내부보고망에 올라왔고, 문 대통령이 청와대 보좌관에게 “월성 1호기 영구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인지”라고 물었다는 사실을 보고받았다.

백 전 장관은 “(한수원) 이사회의 조기폐쇄 결정 이후에도 운영변경허가 전까지 (월성 1호기를) 가동할 수 있다는 뜻으로 대통령 비서실에 보고할 수 없다”며 “한수원 이사회의 조기폐쇄 결정과 동시에 즉시 가동 중단하는 것으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C과장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연구정지 운영 변경 허가까지 월성 1호기를 계속 가동하는 게 가능하며 한수원의 외부기관 경제성 평가가 아직 착수되지 않았다’는 기존 보고서 내용을 수정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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