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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입맞대로 월성1호기 결론’ 상처입은 탈원전 정책

앞으로 노후 원전 폐쇄 때마다 타당성 둘러싼 갈등 재발우려

감사원이 20일 국회에 제출한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관련 감사결과보고서를 국회 의원과 직원들이 살펴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부는 20일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 과정에서 경제성 평가가 불합리하게 낮게 나왔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에도 “탈원전 정책 궤도 수정은 없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에너지 전환정책이 감사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데다 월성 1호기 가동중단 결정의 타당성조차 판단을 유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탈원전 정책 기조에 맞추기 위해 정부가 무리하게 원전 평가에 개입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정책의 정당성에 적잖은 흠집이 생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가 앞으로 노후 원전 폐쇄를 추진할 때마다 타당성을 둘러싼 갈등이 재발할 우려도 있다.

감사원은 감사 보고서에서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이나 그 일환으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월성 1호기 조기폐쇄를 추진키로 한 정책 결정의 당부(當否·옳고 그름)는 이번 감사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적시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입장문을 내고 “감사원 감사에서 경제성 외 안전성, 지역 수용성 등을 종합 고려한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에 문제가 있다고 확인되지 않았다”며 “월성 1호기 조기폐쇄에 대한 향후 정책 추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앞서 2017년 10월 문재인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전환정책을 심의·의결했다. 당시 정부는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함께 신규 원전 6기(신한울 3·4호기, 천지 1·2호기, 대진 1·2호기) 건설 계획도 백지화했다. 노후 원전 14기의 수명 연장을 금지, 현재 24기인 국내 원전을 2038년까지 14기로 단계적으로 줄인다는 목표도 세웠다.


감사원 감사를 계기로 탈원전 정책이 철회되지는 않겠지만 절차적 문제점이 드러난 것은 정부로서도 고민거리가 될 전망이다. 노명섭 전 한전국제원자력대 교수는 “산업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정권 입맛에 맞게 짜놓은 결론으로 유도한 게 드러난 것”이라며 “정부가 정책 방향을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정책의 정당성에 한계를 드러낸 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당장 원자력계에서는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철회와 공사가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공사를 재개하라는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가 노후 원전 14기를 폐쇄할 때마다 갈등과 논란이 재현될 수 있다.

월성 1호기는 1983년 4월 상업운전을 시작해 설계수명 30년이 지난 2012년 11월 가동을 중단했다가 한수원이 개보수 비용 7000억원을 들여 설계수명을 10년 더 늘리면서 2015년 6월 발전을 재개했다. 당시 한수원 자체 분석에서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은 4조원에 이른다고 평가됐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들어 탈원전 정책에 따라 조기폐쇄 대상이 된 뒤 2018년 6월 한수원 이사회에서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조기폐쇄가 확정됐다. 지난해 9월 국회가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등에 대한 감사원 감사요구안을 의결하면서 시작된 감사 역시 감사 결과에 대한 논란 끝에 법정시한을 8개월이나 넘겨 이달에야 마무리됐다.

세종=이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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