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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뫼’ 넘어 노을이 질때 가슴 저린 슬픈 전설이…

‘걷고 싶은 매화의 섬’ 진도 관매도

이른 아침 전남 진도 관매도 돈대산 기슭에서 본 관매마을과 그 너머 장산평마을 모습. 왼쪽 관매해변 뒤 툭 튀어나온 곳에 독립문바위가, 멀리 장산평마을 뒷산 너머에 방아섬이 자리한다. 장산평마을 앞 하얀 메밀꽃밭 오른쪽이 샛배쉼터다.

전남 진도는 연륙교로 연결돼 있어 섬이라는 느낌이 없지만 우리나라에서 제주도·거제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45개 유인도와 185개의 무인도 등 모두 230개의 섬을 거느린 다도해의 대장 섬이다. 이 가운데 '새떼처럼 많은 섬이 바다에 펼쳐져 있다'해 이름 붙여진 조도(鳥島)는 '걷고 싶은 매화의 섬' 관매도(觀梅島)를 품고 있다.

관매도는 '볼뫼' '볼매'(乶每)라고 불리다가 한자로 표기하면서 현재의 지명으로 변모했다. 제주도로 귀양 가던 선비가 해변에 매화가 무성하게 핀 것을 보고 관매도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관호·관매·장산평 세 마을로 이뤄져 있다. '관매 8경'을 가질 만큼 빼어난 절경을 자랑한다.

선착장에서 왼쪽으로 가면 관매마을이다. 마을 앞 제1경 관매해변은 길이 2.7㎞를 자랑한다. 썰물 때 폭이 200m에 이른다. 해변 모래는 작은 입자로 이뤄져 '떡모래'라고 불릴 만큼 단단하다.

관매해변 인근 800년이 넘은 후박나무 한 쌍.

해변 바로 옆에는 300년 넘은 곰솔이 빽빽하게 우거져 있다. 9만9000㎡(3만평) 넓이에 전체 길이 2㎞에 이르는 숲길을 따라 산림욕을 즐길 수 있다. 숲 속에 무료야영장이 마련돼 있다. 인근에 천연기념물 212호 후박나무 한 쌍이 800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높이 18m에 굵기가 두 아름이나 된다. 바로 옆에 폐교된 관매분교가 있다.

이어 장산평마을로 향하는 길목에 접어들면 하얀 메밀 꽃밭이 펼쳐진다. 호젓하고 한적하게 만나는 은빛 물결이다. 봄에는 유채꽃 노란 물결이 일렁인다.

옛날에 선녀들이 내려와 방아를 찧었다는 제2경 방아섬 정상에는 버섯 형상의 바위가 우뚝하다. 아이를 갖지 못한 여인들이 정성껏 기도하면 아이를 갖게 된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중간에 일몰 풍경으로 유명한 독립문바위 이정표가 있지만 내려서는 길이 위험해 폐쇄돼 있다. 장산평마을을 지나 섬 동쪽 끝에 닿으면 샛배쉼터다. 아침마다 수평선 위로 솟아나는 해를 맞이할 수 있다.

선착장에서 오른편으로 가면 관호마을이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돌담길이 인상적이다. 마을 뒤편 언덕에 양덕기미 쉼터가 있다. 해풍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하는 돌담 '우실'이 버티고 있다. 이곳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쪽빛 바다를 볼 수 있다.

해변에 홀로 우뚝한 꽁돌. 손가락 모양이 새겨져 있다.

오솔길을 따라 해안으로 내려가면 다져놓은 봉분을 쏙 빼닮은 암석과 공룡알을 연상시키는 지름 5m 짜리 둥근 바위가 시선을 잡아끈다. 제3경 '돌묘와 꽁돌'이다.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다. 멋 옛날 옥황상제가 실수로 공깃돌 하나를 떨어뜨렸다. 옥황상제의 명을 받고 지상에 내려온 하늘장사는 공깃돌에 손자국만 새겨 놓은 채 폭포 아래에서 목욕하는 선녀를 훔쳐보며 세월을 보냈다. 화가 난 옥황상제는 공깃돌 옆에 돌무덤을 지어 하늘장사를 묻었다.

돌묘와 꽁돌에서 탐방로를 따라 1.2㎞를 가면 섬 남쪽 바위 봉우리 두 곳을 연결한 제5경 '하늘다리'다.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는 까마득한 암벽과 거센 파도가 절경이지만 안전진단 D등급을 받아 현재 통제중이다. 중간에 비 오는 밤마다 할미 도깨비가 나온다는 전설처럼 깊고 험상궂은 제4경 할미중드랭이굴로 가는 길도 험해서 포기하는 게 좋다.

관매도 한복판에 돈대산이 우뚝하다. 샛배쉼터, 선착장, 우실에서 오를 수 있다. 선착장에서 오르면 해변과 솔숲, 관매마을과 장산평마을 사이 메밀밭, 샛배쉼터뿐 아니라 반대쪽 관호마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돈대산 서쪽으로 꽁돌과 하늘다리 너머 왼쪽 병풍도와 거차도군도 사이로 맹골도가 어렴풋이 보인다.

정상석에는 '돈두산 220m'라고 적혀 있다. 멀리 서쪽을 보면 꽁돌 너머 하늘다리가 어렴풋하게 보인다. 더 멀리 두면 세월호를 삼켜버린 가슴 아린 바다 위에 거차도군도와 맹골도가 시야에 잡힌다. 그 왼쪽으로는 병풍도가 먼 바다에서 밀려오는 바람과 파도를 버티고 있다.

제4경~8경은 배를 타고 바다에서 볼 수 있다. 제6경 서들바굴폭포는 선녀들이 목욕했다는 곳이다. 안쪽에 10m가량 깊이의 동굴이 있다. 제8경 벼락바위(하늘담)에는 마을제의 제주로 뽑힌 총각이 여자를 멀리해야 한다는 금기를 어기고 몰래 처녀를 만나다 함께 벼락을 맞았다는 전설이 있다. 남녀는 제7경 다리여의 쌍구렁이바위가 됐다 한다.

여행메모

정기여객선 1시간 20분~2시간 소요
특산물 톳 넣은 칼국수·빈대떡·튀김…

관매도는 진도항(팽목항)에서 정기여객선으로 짧게는 1시간 20분, 길게는 2시간 거리에 자리하고 있다. 2시간 걸리는 한림페리호는 오전 9시 50분 팽목항을 출발하고, 오후 2시 20분 관매도를 떠난다. 하조도 창유항, 나배도, 관사도, 소마도, 모도, 대마도 등 바다의 정류장 같은 크고 작은 섬들을 거친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대신 바다에 그림처럼 떠 있는 다도해의 섬들을 만날 수 있다.

1시간 20분 소요되는 새섬두레호는 낮 12시 10분 팽목항을 출항하고, 오후 1시 30분 관매도 선착장을 나선다. 하조도만 경유하는 직항노선이다. 두 배 모두 자동차를 실을 수 있다. 여객 요금은 한림페리호가 1만3000원으로 새섬두레 1만1000원보다 비싸다.

민박과 식당을 겸하는 집이 대부분이다. 관매도의 특산물인 톳으로 만든 반찬이 올라오는 백반상과 톳칼국수가 별미다. 톳빈대떡과 톳튀김도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다. 톳 짜장면은 맛이 고소하고 면의 부드러움 속에 오독거리는 톳의 식감이 새롭다. 과거 임금한테 진상했던 미역 ‘진도곽’의 생산지가 관매도를 포함한 진도 조도다.





관매도(진도)=글·사진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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