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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주의자 이낙연, 집권당 채찍질… ‘특위·TF’로 당권 다져

현안 거미줄 마크 일하는 정당 부각
선제적 의제 발굴 차기 대선도 겨냥

사진=민주당·뉴시스·게티이미지뱅크

더불어민주당 내 신설된 특별위원회(특위)와 태스크포스(TF)가 이낙연 대표 체제의 핵심 기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1개의 최고위원회 TF를 비롯, 13개의 TF와 24개의 특위가 새롭게 출범했다. 이 대표는 매주 이들의 활동을 보고받으며 각종 현안에 대응하고 있다.

‘민주당표 국무회의’라 할 만한 특위·TF는 두 가지 목적으로 구성됐다. 우선 최고위원을 주축으로 거대 여당 소속 의원들의 장점을 살려 현안에 대응하겠다는 취지가 반영됐다. 기존 민주당 조직이 별다른 전문성 없이 명패만 내걸었다는 반성에서 출발했다. 두 번째로 당내 기반이 취약한 이 대표의 당 장악 목적으로도 운영된다. 이 대표는 특위·TF를 통해 의원들과의 접점을 늘리며 소통 강화에 나서고 있다.

최고위원의 전문성 검증

최고위원회 TF는 최고위원들의 역량에 바탕을 두고 현안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됐다. 모든 최고위원이 개별 TF를 구성했다. TF 면면을 보면 이 대표가 최고위원에 거는 기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중요 이슈마다 ‘스피커’ 역할을 하는 김종민·신동근 최고위원은 각각 권력기관개혁 TF와 정치개혁 TF를 맡고 있다. 성격상 모든 정치적 이슈에 발언할 수밖에 없는 위치다. 삼성전자 임원 출신의 양향자 최고위원은 민생경제 TF를, 언론인 출신 노웅래 최고위원은 미디어 TF를 각각 담당한다.

수원시장인 염태영 최고위원은 지방소멸대응 TF를, 박성민·박홍배 지명직 최고위원은 각각 청년 TF와 산업안전 TF를 구성했다. 청년대변인(박성민)과 한국노총 금융노조위원장(박홍배) 경력을 반영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23일 “이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최고위원들이 특기를 살려 자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과거 최고위원 명함만 가지고 별다른 일을 하지 못했던 사례들을 눈여겨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총선 이후 직접 선출된 최고위원의 역량, 특기, 관심사를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는 차원에서 TF를 맡기고 직접 챙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고위원 외에도 국회 전해철 정보위원장(사회적참사대책 TF), 송영길 외교통일위원장(한반도 TF), 진선미 국토교통위원장(미래주거추진단)이 상임위 소관 현안 대응을 맡는다. 원내에도 유동수 정책위 부의장이 공정경제 3법 TF를, 김영배 정무실장이 필수노동자 TF를 이끌고 있다.

TF 활동은 비공개 최고위에서 수시로 보고된다. 총리 시절 이 대표의 국무회의 상황이 어느 정도 재현된다고 한다.

한 지도부 의원은 “예전 국무회의를 보면 이 대표가 담당 국무위원보다 더 현안 파악에 능할 때가 많았다”며 “과거에는 TF를 만들어만 놓고 점검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 대표 체제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전공을 살려 직(職)을 줬으니 마땅한 성과를 가져오라는 게 이 대표 생각이다. 이 의원은 “비공개 회의에선 TF 보고가 안 올라오면 ‘빨리빨리 하라’며 다그치는 경우도 잦다”며 “짧은 임기 안에 다양한 현안에서 성과를 내기 위한 수순으로 보면 된다”고 부연했다.

대선 준비와 의제 발굴

상설·비상설 특위는 원내외 인사들이 두루 위원장을 맡아 미래 의제 발굴 및 차기 대선 준비 등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낙선한 김부겸 전 의원이 국민통합특별위원장을 맡고 있고, 원내에서도 국민통합·재해대책·중소기업·사회복지·보육·교육·보건의료·주거복지·한반도경제통일교류·국방안보·동북아평화협력 등 21개 상설 특위가 활동 중이다. 비상설 특위로는 북한군의 우리 공무원 사살 사건을 다루는 특위와 스마트플랫폼정당특위, 더혁신위원회가 구성됐다.

현안 대응을 위한 북한의 공무원 사살 사건을 제외하면 나머지 두 특위는 대선을 겨냥한 조직이다. 스마트플랫폼특위는 대규모 조직의 온라인 쌍방향 의사결정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특위 관계자는 “그동안 온라인 정당이라고 말을 해왔지만 실제로는 의사결정 체제가 쌍방향으로 되지 않고 있다”며 “당 덩치는 계속 커졌는데 현대화는 안 돼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대선 경선을 준비하고 정권을 재창출하려면 정당 의사결정체계, 당원의 참여체계가 시대에 맞게 정비돼야 한다”며 “현재 상황만 가지고는 안된다는 취지에서 만든 특위”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권리당원과 온라인당원들은 그동안 각종 선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다음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당 체제를 정비하겠다는 뜻이다.

더혁신위는 정당·정치 혁신을 위한 특위로 권력기관개혁 TF를 맡은 김종민 최고위원이 위원장이다. 당 관계자는 “180석에 육박하는 거대 여당의 크기에 맞게 미래의 정치적 의제를 발굴하기 위한 특위”라고 설명했다.

대선 조직화 지적에 李 ‘발끈’

대선이 본격화하면 이 같은 특위·TF 조직이 이 대표의 대선 준비 조직으로 안착할 것이란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또 이 대표가 이 조직들을 통해 당내 뿌리를 내리면서 대선 준비 체제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대표와 민주당의 화학적 결합을 위한 징검다리 성격이란 의미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런 내용의 언론 보도가 나올 때면 비공개 최고위에서 일일이 반박하며 자세하게 배경을 설명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한 최고위 참석자는 “이 대표는 엄숙주의자여서 그런지 당 조직에 사적인 문제가 투영되면 거의 경기를 일으키다시피 한다”며 “특위나 TF가 대선 준비용이란 지적이 나오면 최고위에서 정색하며 전후 배경을 설명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선긋기에도 불구하고 추후 이런 조직들이 제대로 기능할 경우 대선 준비 과정에서 이 대표의 성과로 자연스레 자리매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강준구 이가현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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