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국산 말고 유료 수입산 없어요?’ 백신 불안 확산

유료 백신 동나고 무료는 남아돌아

한 시민이 21일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서부지부에서 독감(인플루엔자) 백신을 맞고 있다. 보건 당국은 백신 접종 이후 사망한 사례와 백신 간의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강조했지만 백신 불안이 자칫 의료체계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현규 기자

독감(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자 중 사망자가 잇따르면서 유료 물량을 찾거나 아예 접종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독감 백신발 불안이 의료체계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동안 예방접종에 대한 국내 신뢰도는 선진국 중에서도 높은 편이었다. 지난해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 발표에 따르면 2017년생 어린이의 96.8%가 홍역·결핵 등을 예방할 수 있는 6종의 백신을 접종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재갑 한림의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1일 “지난해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 등 유럽 국가들의 홍역 예방접종률은 85% 미만이었다”며 “반 백신주의가 두드러지는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선 신뢰가 굳건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올해 독감 예방접종 사업 과정에서 백신 상온 노출 및 백색 입자 발견에 이어 백신 접종 이후 사망 사례가 잇따르면서 국민적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경기도 수원의 60대 주부 김모씨는 이달 말로 예정돼 있던 독감 예방접종을 이날 고민 끝에 포기했다. 김씨는 “10대부터 80대까지 백신을 맞고 숨진 마당에 접종을 받을 수가 없다”고 했다.

방역 당국은 품질검사 및 현장조사 결과 유통에 문제가 있었던 백신과 백색 입자가 발견된 백신 모두 효과와 안전성 측면에서 정상이었다고 밝혔다. 품질엔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유통 과정 등에 문제 소지가 있는 물량 106만 도즈는 회수 조치했다. 또 접종 이후 사망 사례와 백신 간의 인과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고도 강조했다. 전문가들 역시 연관성이 있을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전문가들의 설명에도 접종 연기나 포기가 이어지고 있다. 특정 백신을 기피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유료와 무료 백신의 효과에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지만 상당수 접종자가 무료·국산 백신을 기피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의 병원 간호사 김모씨는 “유료 물량은 이미 동났는데 무료 백신은 남아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계속 불확실한 정보가 확산하고 불안이 커지면 트윈데믹 대비뿐 아니라 코로나19 방역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과 경기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이 지난 5~13일 경기도에 거주하는 성인 남녀 254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의 62.2%는 1년 내에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안전성이 입증될 때까지 접종을 미룰 것이라고 답했다.

백신 불안이 자칫 의료체계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음모론이나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을 맹신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이 교수는 “감염병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정보와 과학에 기반을 둔 대응”이라며 “근거가 불확실한 정보는 가려듣고, 정부는 신속한 조사를 통해 국민의 불안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경모 강보현 기자 s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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