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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거래량 늘고 있다”는 홍남기 장관의 말, 진짜일까

국토부 통계로는 9월 전월세 거래 17% 증가
서울시 통계로는 26% 감소
국토부는 ‘신고일’ 서울시는 ‘거래일’ 기준
전월세 급등 금리인하 영향 주장에
“금리 인하 3, 5월에 했는데” 반론도

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최근 전세 시장 동향과 관련해 “가격은 오르고 대상 물량은 줄어드는데 실거래 통계(거래량)는 전년 동기 대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역시 최근 자료에서 지난달 서울 전·월세 거래가 1년 전보다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최근 전셋집을 구해본 사람이나 부동산 업계의 일반적인 인식과는 정반대다. 수천 세대가 사는 대단지조차 전세 매물이 씨가 말랐다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거래량이 증가했다는 정부 통계가 나올 수 있는 이면에는 거래량 통계의 집계 기준이라는 ‘디테일의 함정’이 있다.

같은 정부 통계지만 지난달 서울 시내 전·월세 거래량에 대해 국토부와 서울시 통계는 서로 상이하게 나타난다. 21일 오후 기준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 부동산 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시 전·월세 거래는 2만1460건으로 집계됐다. 앞서 국토부가 전날 9월 서울 전·월세 거래는 총 5만4632건이었다고 밝혔던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전·월세 거래는 1년 전보다 17.8% 증가했다. 반면 서울시 자료로는 1년 전보다 26.6%나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토부와 서울시의 전·월세 거래 통계는 모두 확정일자 신고를 기반으로 집계한다. 차이가 있다면 서울시 자료는 ‘거래일’을 기준으로 취합하고, 국토부 자료는 ‘신고일’을 기준으로 집계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7월에 체결한 전세 계약에 대해 확정일자를 9월에 신고한 경우 서울시 자료상으로는 7월에 추가되지만, 국토부 자료에는 9월로 들어가는 셈이다.

현재 주택 매매 시에는 30일 이내 신고가 의무화돼 있지만, 전·월세 거래는 내년 6월부터 신고가 의무화된다. 전·월세 거래 중에서도 보증금 규모가 작은 경우 확정일자 신고를 안 하거나 늦게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서울시 자료는 수개월 동안은 시시각각 숫자가 바뀔 수 있지만, 국토부 자료는 한번 발표한 이후 숫자가 바뀌지 않는다. 국토부는 이런 점을 들어 최근 서울시 자료를 인용해 전세 거래가 급감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당월 계약 건 집계가 마무리되지 못한 상황에서 이 자료를 (전·월세 감소의) 근거로 제시하는 것에 유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신고일 기준인 국토부 통계 역시 실제 거래 시점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 주장처럼 “임대차법 영향이 없다”고 내세우기에 근거가 약하다. 법 개정 이전에는 확정일자 신고를 안 했다가 임대차법 개정을 계기로 뒤늦게 신고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전·월세 급등 배경을 금리 인하 영향이라고 한 정부 주장에 대해서도 반론이 나온다. 국토부는 금리 인하와 전세 대출 활성화로 세입자의 선호지역 전세 수요가 늘고, 보증금에 의한 실수익이 감소한 집주인이 보증금을 증액할 유인이 생겨 전월세가 올랐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전·월세 급등이 금리 인하 때문이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지난 3월과 5월이 아니라 (임대차법 개정 이후인) 8월부터 전세 품귀가 생기고 가격이 뛴 이유를 어떻게 설명하겠느냐”며 “정부가 임대차법 개정 후폭풍에 대한 책임을 피하려고 억지 논리를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등 임대차법 영향을 떼놓고 시장 상황을 설명하려다 보니 통화정책 영향만 부각하는 모양새가 됐다는 뜻이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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