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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라면 형제’ 동생 끝내 숨져

한때 호전 의식도 찾았지만 호흡 곤란 등 상태 급속히 악화


엄마가 외출한 집에서 배가 고파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일어난 화재로 중상을 입은 ‘라면 형제’ 중 여덟살 동생이 사망했다. 초등학생인 형제는 지난 추석연휴 의식을 찾는 등 상태가 호전돼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졌지만 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여 만에 병세가 위중했던 동생이 끝내 숨졌다.

2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모 화상 전문병원 일반병실에서 치료를 받던 A군(10)의 동생 B군(8)이 상태가 악화해 중환자실로 옮겨졌으나 오후 4시쯤 숨졌다. B군은 전날 오후부터 호흡 곤란과 구토 증세 등을 호소하는 등 상태가 갑자기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5일 형제는 사고 11일 만에 처음 눈을 떴고, 5일이 지난 후 의식을 완전히 되찾아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 온몸에 1도 화상을 입은 B군은 화재 당시 연기를 많이 들이마셔 호흡기 부위 치료를 집중적으로 받으며 짧은 단어로 말을 하는 등 호전됐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상태가 악화해 다시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결국 숨졌다.

형인 A군은 온몸의 40%에 심한 3도 화상을 입어 2차례 피부 이식 수술을 받았지만, 휴대전화로 원격수업을 들을 정도로 건강이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 형제는 지난달 14일 엄마 C씨(30)가 전날 밤부터 집에 들어오지 않자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실수로 불을 내 중상을 입었다. A군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이 안방 침대 위 아동용 텐트에서 A군을, 침대와 맞닿은 책상 아래에서 B군을 찾아 구조했지만, 모두 의식이 없었다.

불이 나기 전 형제가 오랫동안 돌봄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었던 사실이 드러났다. 엄마 C씨는 수년 전부터 형제를 학대·방임한 혐의로 최근 검찰에 송치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학교와 공공기관마저 형제를 돌보지 못했다.

학교가 비대면 수업을 시행하면서 형제가 직접 끼니를 해결해야 했고, 아동돌봄기관의 가족 면담이 미뤄지면서 C씨의 무책임한 방임이 이어졌다. A군 가족은 경제적 형편마저 넉넉하지 못해 기초생활보장 수급 대상자로 매달 수급비와 자활 근로비 등 160만원가량에 의존해왔다. ‘라면 형제’의 비극이 알려지면서 전국에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인천=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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