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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선명하게 드러나는 한국의 빈곤 문제

[책과 길] 빈곤이 오고 있다, 신명호 지음, 개마고원, 296쪽, 1만5000원


‘빈곤이 오고 있다’는 오늘날 한국의 빈곤 문제를 직시하고 대면하게 하는 책이다. 빈곤의 양상을 여러 통계에 나온 수치를 통해 객관화하고, 선행 연구와 기사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풀어낸다.

책은 막연하게 느껴지는 한국 빈곤 문제의 심각성을 숫자를 통해 선명하게 드러낸다. 먼저 중위소득의 50% 이하 소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비율을 뜻하는 빈곤율에서 한국은 OECD 23개 회원국 중 하위권이다. 한국의 빈곤율은 17.4%로 한국보다 빈곤율이 높은 나라는 남아공(26.6%), 코스타리카(19.9%), 루마니아(17.9%), 미국(17.8%)밖에 없다. 최상위 10%의 소득을 최하위 10%의 소득으로 나눈 임금10분위배율도 한국은 4.5로 스웨덴(2.28), 일본(2.85), 프랑스(2.81), 독일(3.33), 영국(3.42), 캐나다(3.71)에 비해 높다.

이밖에 평균 근속기간, 실직 후 받는 실업급여가 이전 근로소득의 몇 %에 해당하는지를 의미하는 ‘순소득 대체율’ 같은 지표에서도 한국은 상대적으로 좋지 않다. 이를 통해 한국에서 빈곤 문제는 소득, 자산, 일자리 안정 등이 복잡하게 얽힌 고차 방정식임을 알게 된다. 이는 건강과 빈곤의 상관성을 언급한 다음의 문장에서도 단적으로 알 수 있다. “새벽별을 보고 집을 나서 한밤중에 돌아가는 사람들에게, 아직 아픈 데도 없는데 병원에 가는 것은 호사스런 사치다…그들에게 병원은 미루고 미루다 몸에서 심각한 징후가 느껴질 때야 비로소 가는 곳이다.”

오랫동안 빈곤 문제를 다뤄온 저자는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여러 차원의 정책이 더욱 촘촘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기초생활보장제도 문턱 낮추기, 사회보험 대폭 강화 등을 역설한다. 그러면서 정책의 실행이 무엇보다 담보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정책 실행을 담보하는 바탕은 여론의 향방, 즉 구성원들의 인식이다. 서로의 처지와 상황에 대해 빗장을 걸어 잠그는 ‘빗장 공동체’가 아니라 서로에게 공감하며 더 나은 사회를 상상하자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빈곤의 문제는 결국 정치의 문제”라고 한 저자는 현 정권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 정권 출범 후 주택 가격이 폭등했지만 책임을 통감해야 할 고위 인사가 ‘한국만의 상황이 아니’라고 남 이야기하듯 말한 인터뷰를 문제 삼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진화에 실패한 소방대원이 화제로 집을 잃은 사람에게 ‘당신 집만 불탄 게 아니고 다른 사람들 집도 모두 탔으니 너무 억울해하지 말라’고 하는 격이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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