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구글 반독점 소송… “검색시장 장악 위해 애플에 뒷돈”

21세기 최대 규모 법적 다툼 예고

마스크를 쓴 미국 시민들이 20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구글 사무실을 지나가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이날 구글이 불공정 행위로 경쟁자들의 시장 진입을 막아 왔다며 반독점법 소송을 제기했다. AFP연합뉴스

미국 법무부가 글로벌 IT기업 구글을 상대로 반독점법 소송을 제기했다. 검색 시장을 독점하기 위해 애플에 뒷돈을 건네는 등 공정경쟁을 방해했다는 혐의다. 구글은 “소비자의 선택에 의한 결과”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치열한 법적 다툼을 예고했다. 21세기 최대 반독점 소송전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이날 구글을 상대로 한 반독점 소송 공소장을 워싱턴DC 연방법원에 제출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구글은 시장에서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해 휴대전화 제조사와 브라우저 공급사 등에 돈을 건넸다. 애플이 아이폰 등 주요 기기의 기본 검색엔진으로 구글이 쓰이도록 해주는 대가로 구글이 애플에 연간 최대 110억 달러(12조4600억원)를 지불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법무부는 이 같은 불공정 거래 결과로 구글이 미국 내 수억개에 달하는 휴대전화와 태블릿PC 등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확립했다고 지적했다. WSJ 조사에 따르면 모바일 기기에서의 구글 점유율은 92.05%에 달한다. 태블릿PC(89.59%)와 데스크톱 컴퓨터(79.47%) 부문도 사실상 구글이 독주하고 있다. 구글은 법무부의 주장을 반박하며 강력 대응에 나섰다. 켄트 워커 구글 법무실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사람들이 구글을 이용하는 이유는 그들의 선택에 따른 것이지, 누군가 강요하거나 대안이 없어서가 아니다”며 “슈퍼마켓에 돈을 더 내는 회사의 상품이 위 칸에 진열되듯 우리는 우리의 상품(검색엔진)을 홍보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한 것뿐”이라고 항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소송은 미 법무부가 지난 20년, 어쩌면 100년간 미국 기업을 상대로 벌인 반독점 소송 중 가장 중대한 건”이라고 평가했다.

법무부가 제시한 논리가 법원에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법무부가 승소하기 위해서는 구글이 소비자들에게 해악을 가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구글 검색엔진이 무료로 제공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미 법무부는 1997년 거대 IT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다. 2000년 미 법원은 MS가 독점금지법을 위반했다며 2개 회사로 분할 명령을 내렸지만 2001년 항소법원에서 회사분할 명령이 기각됐다.

구글 반독점 소송을 워싱턴 정가와 ‘IT 공룡들’ 간 대결로 보는 관점도 있다. 미국 정계는 IT 공룡들의 독과점이 매우 심각하다고 보고 이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 왔다. 지난 7월엔 공화당 의원들이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등 4대 IT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불러 반독점 청문회를 열기도 했다. WSJ는 “구글의 패소는 법원이 구글의 기업 운영방식에 개입해 강제로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는 의미”라면서도 “반대로 구글이 승소한다면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기술기업에 대한 조사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소송은 구글의 반독점 문제를 주시해온 한국 등 다른 나라의 움직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는 구글이 삼성 등 스마트폰 제조사에 자사 OS(운영시스템)인 안드로이드를 기본으로 탑재하도록 강요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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