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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 열전] 외환위기 극복 큰 교훈… 뼈깎는 구조조정 힘입어 재도약

창립 55년 삼표그룹

1970년대 성수레미콘 공장 모습. 삼표그룹 제공


내년이면 55세를 맞는 삼표그룹의 성장사는 ‘외환위기 극복사’로 대변된다. 삼표그룹의 뿌리는 1952년 정인욱 창업주가 강원도 철암 골짜기에 강원탄광을 설립하면서다. 이어 삼표그룹은 1960년대에는 우리나라가 가진 유일한 에너지원이 석탄이었기 때문에 사업은 단기간에 본궤도에 오를 수 있었다.

강원탄광은 자체 생산한 무연탄 가공을 위해 1963년 서울 근교에 연탄공장 3개를 짓는다. 그때 탄생한 것이 삼표연탄이다. 1966년 삼표연탄 수송을 위해 지금의 삼표그룹 전신인 삼강운수를 설립한다. 강원탄광은 사세 확장을 위해 사명을 강원산업으로 바꾸고 골재와 레미콘 등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1970년에는 철강 사업에도 뛰어든다.

철강사업으로 그룹 체질을 바꾼 강원산업그룹은 1998년 4월 재계 29위로 30대 그룹 반열에 오른다. 이때 강원산업, 삼표산업, 삼표상사, 삼표제작소 등 계열사만 해도 29개로 늘어났다. 이때 총자산은 2조67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무리한 철강 사업 확장이 화근이었다. IMF 외환위기에다 제2의 성장동력으로 삼았던 철강 사업이 철강 경기 악화로 인해 그룹 경영 위기에 뇌관으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유동성은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결국 강원산업그룹은 30대그룹 반열에 오른 1998년 7월 강원산업 삼표산업 삼표상사 삼표강원중공업 등 주력 4개 사가 주채권은행인 조흥은행(현재 신한은행)으로 부터 기업재무개선작업약정(워크아웃) 대상기업에 지정되기 이른다. 같은 해 12월에는 채권단과 기업개선작업약정을 체결하는 고난을 맞는다.

삼표그룹 사사(社史)에 따르면 1999년 하반기 당시 강원산업그룹 순손실은 1950억원에 달했고, 부채비율은 628%까지 치솟았다. 재기 불능에 빠진 강원산업그룹은 2000년 3월 사돈집안인 현대차그룹 계열 인천제철(현재 현대제철 인천공장)에 흡수합병 된다. 재계에서 큰 기업은 쉽게 쓰러지지 않는다는 뜻으로 재해석된 대마불사(大馬不死)에도 1997년 외환위기 국난 앞에서는 대우, 쌍용, 동아, 해태 등 굴지의 대기업들도 힘없이 나가떨어졌고 강원산업그룹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만 정인욱 창업주 차남 정도원 회장은 지급보증을 섰던 계열사 삼표산업을 극적으로 기사회생시키면서 중견 건설기초 소재 그룹으로 재창업의 기반을 만들었다. 정 회장은 워크아웃에 들어간 삼표산업 정상화를 위해 소위 ‘돈 되는 것’들은 모두 매각했다. 그야말로 눈물겨운 사업구조조정을 해야만 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계열사 통폐합도 진행했다. 또 자본금을 100% 감자해 5000만원 밖에 남지 않은 삼표산업에 사재 165억원을 들여 유상증자도 실시한다. 1999년 말 강원산업그룹의 남은 계열사는 강원산업, 삼표제작소, 삼안운수, 삼표산업, 강원궤도, 삼표에너지 등 6개사로 쪼그라들었다.

위기의 삼표를 구해낸 것은 주택경기 회복이었다. 2000년대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 건설이 확대되는 등 주택경기가 살아나면서 1999년 1085억원 순손실이었던 삼표산업은 2000년 49억원으로 흑자전환, 이듬해인 2001년에는 447억원의 순이익을 낸다. 2002년 4월 예정된 기간보다 1년 반 앞당겨 워크아웃을 조기에 졸업했다. 말그대로 극적 반전이었다.

워크아웃에서 벗어난 삼표는 순풍에 돛 단 듯 성장을 이어갔다. 이러한 눈물 겨운 체질개선을 통해 정도원 회장은 2004년 7월 삼표그룹을 공식 출범시켰다. 2015년에는 동양시멘트를 인수, 국내 유일하게 콘크리트 분야에서 수직계열화를 이룬다. 전사적 자원관리(ERP), 공급망관리(SCM), 고객관리 시스템(CRM) 등의 선진 경영 인프라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표는 뼈를 깎는 노력 끝에 현재 국내 상위의 레미콘 업체 위상을 공고히 하며, 삼표산업(레미콘 골재) 삼표시멘트(옛 동양시멘트) 삼표피앤씨(콘크리트) 삼표레일웨이(철도) 등 국내계열사 27개를 가진 중견그룹으로 부활했다.

윤은식 쿠키뉴스 기자 eunsik8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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