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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에선 방쪼개기 극성… 갈 곳 없는 청년들

구멍 뚫린 주거 안정

#“집이 필로티 구조거든요. 집 문을 열다 보면 경사가 져 안 열릴 때가 있어요. (중략) 한참 지진이 발생했을 때 굉장히 불안하더라구요. 기울고 있다는 증거들이 나오니까. 위에 증축을 해가지고...”(33세 남성, 취업준비생)

#“방이 2.5평이니까 (손으로 주먹을 쥐며) 주방이 진짜 이만해요. 인덕션을 꺼내면 도마 둘 곳이 없어요. 방바닥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어야하는데 그렇게 해 먹고 싶지는 않고...”(37세 여성, 직장인)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대학가 원룸 등에서 방쪼개기와 같은 ‘불법건축물’이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이에 시민단체와 국회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위반건축물 피해자 구제 및 사전 대처요령 안내 등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방쪼개기는 임대료를 늘리기 위해 건축허가를 받은 후, 세대수를 늘리는 위반건축물의 한 형태다. 방의 규모가 작고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낮아 주로 대학가 등에서 청년들이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시가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장경태 의원실(더불어민주당)에 제출한 ‘위반건축물 및 방쪼개기 현황’에 따르면 방쪼개기 시정율은 해마다 줄어 올해 8월 기준 2.39%다. 연도별로는 ▲2016년 11.0% ▲2017년 9.0% ▲2018년 7.1% ▲2019년 6.0% 순이다.

시정율이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위반건축물이 줄었다고 볼 수도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서울시 자치구별 현황을 보면 철거되지 않은 기존 건수와 신규 적발 건수를 합쳤을 때 ▲동작구 105건 ▲노원구 81건 ▲관악구 77건 ▲서대문구 74건 ▲송파구 70건순으로 여전히 높은 적발건수를 보였다.

실태를 파악해보기 위해 청년 주거 시민단체 민달팽이유니온과 장경태 의원실은 지난 9월 서울시 관악구 대학동을 방문했다. 이날 이들은 직거래와 중개거래 2가지 방식으로 총 10곳의 건물을 조사했다.

조사가 진행된 총 10곳 중 2곳은 건축물대장상 ‘위반건축물’ 표시가 있었다. 각각 2010년, 2011년에 위반건축물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복구가 진행되지 않았다. 건축물 용도 역시 모두 원룸 임대업으로 사용할 수 없는 제2종근린생활시설(소매점·고시원·사무소·주차장)에 해당했다.

또다른 2곳은 지난 2007년 위반건축물 표기가 해제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법증축·개축된 채 방쪼개기로 임대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남은 6곳은 아직까지 적발된 적은 없으나 위반건축물에 해당하는 시설이었다. 노유자시설, 사무소, 점포, 다중주택 등이 원룸 임대업에 사용되고 있었다.

장경태 의원과 민달팽이유니온은 위반건축물에 노출된 세입자들의 권리 보장 및 구제를 강력 촉구했다. 실제 민달팽이유니온 측은 실태조사 중 불법건축물을 소유한 집주인에게 옥탑방에 호수 명패가 붙어 있지 않아 전입신고가 가능한지를 물었으나, 돌아온 대답은 ‘00호로 가능하다’는 말 뿐 불법건축물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전했다.

장 의원은 “많은 위반건축물이 양지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세입자들이 위반건축물인지 모르고 입주하고 있다”면서 “겉보기에 멀쩡해 보인다며 임대인도, 중개인도, 건축물대장도 누구 하나 위반건축물임을 알리지 않고 있다. 모르면 당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알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선 대학가를 중심으로 방쪼개기 전수조사를 시행해 드러나지 않은 주거 실태를 면밀히 살펴서 고발 등 적극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대학가가 밀집된 지자체는 상시 담당인력을 배치해 ‘방쪼개기’와 같은 열악한 청년주거 환경을 만드는 위반건축물을 조사해 앞으로 사전 예방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자체별로 1년에 4회, 3~5명이 위반건축물 정기점검을 시행하고 있어 단속 인력이 부족한 것도 단속과 시정이 잘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 중 하나”라면서 점검인력 충원과 함께 철저한 단속을 촉구했다.

이같은 지적에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단속을 강화하고 국토부와 협의해 제도개선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안세진 쿠키뉴스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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