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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자 의학 상식] 항문에서 피가 나온다면… 분비물과 섞여있을땐 대장질환 의심


갑자기 항문에서 피가 나면 깜짝 놀라기도 하고 덜컥 겁이 나기도 한다. 항문에서 피가 나오는 여러 질병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피가 아주 맑고 깨끗하게 묻어나올 때는 대개 항문병으로 인한 경우가 많지만 좀 지저분하게 다른 분비물과 피가 섞여서 나오는 경우에는 좀 더 심각한 병일 수도 있다.

항문병 중에 가장 맑고 밝은 색의 피가 휴지에 묻어나거나 변기에 몇 방울 떨어져 있는 경우는 대개 치열이다. 치열은 항문이 찢어지는 병을 말하는데, 병명도 한자의 항문 치, 찢어질 열자를 쓴다. 치열은 변이 단단하거나 너무 힘주어 배변할 경우, 또는 스트레스 등으로 항문 괄약근이 과긴장하며 좁아지는 경우에 흔히 생긴다.

배변 후 항문이 불룩하게 부풀어 오르고 점막이 노출되면 뒤처리하기가 쉽지 않고 여러 번 닦아도 잘 안 닦이고 또 여러 번 닦다보면 노출된 점막에 손상이 가서 피가 묻어나오기도 한다. 이렇게 배변 후 불룩 튀어나온 조직은 원래 항문의 쿠션 역할을 하는 조직인데, 그게 세월이 가다보면 과도하게 커지게 되어 배변 때마다 이렇게 부풀며 곤란한 상황을 만든다.

치핵이 커지면 배변하려 그냥 앉아 있기만 해도 자기도 모르게 피가 뚝뚝 떨어져 있기도 한다. 항문의 쿠션 조직에는 많은 모세혈관이 분포하고 있어 배변하려 힘을 주면 그 부푼 쿠션 조직에서 울혈되어 나오는 피의 양이 생각보다 상당히 많은 것에 놀라게 된다. 이런 치핵에서 나오는 피도 대체로 선홍색을 띠고 있다.

항문 주변에 조그만 부스럼 같은 게 있고 어쩌다 그곳을 닦으며 건드리면 툭 터지듯이 피와 고름 같은 분비물이 휴지에 묻어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 치루일 가능성이 높다. 치루는 항문 주변으로 샛길이 나있는 병인데 평소 아무 증상도 못 느끼고 지날 수도 있고 이런 식으로 가끔 터져서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설사가 잦고 배변 시 콧물 같은 분비물과 함께 피의 흔적도 보이는 경우는 항문병보다는 대장의 질환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얼마 전에 물러난 일본의 총리도 앓고 있었다는 궤양성 대장염이나 크론씨 병을 의심해 보아야 하는데 대장내시경 검사를 통해 확인해 보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장암, 특히 항문에 가까운 직장 부근에 암이 생겼을 경우에도 피가 변과 섞여나올 수 있다. 피의 색은 좀 더 어둡고 지저분해 보이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그런데 대장이나 직장의 암이라도 초기에는 아무 증상도 없고 심지어 피도 비치지 않으므로 평소 검진을 통해 대장내시경을 주기적으로 해야 한다.

이선호 구원창문외과의원 대표원장·대장항문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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