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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쓰고 더 생산하는 인류… 지구, 희망은 있다

[책과 길] 포스트 피크 / 앤드루 맥아피 지음, 이한음 옮김, 청림출판, 392쪽, 1만8000원

‘포스트 피크’는 더 많은 자원으로 더 많은 산출을 위해 달려온 인류가 착취의 정점을 지나 덜 쓰면서 더 많이 생산하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설명한다. 저자인 앤드루 맥아피 미국 MIT 슬론경영대학원 부교수는 기술발전, 자본주의가 더 이상 자원과 환경에 배타적이지 않다는 낙관론을 펼친다. 기술발전, 자본주의에 대중의 인식, 반응하는 정부를 더해 ‘낙관주의의 네 기수’로 꼽는다. 네 기수가 보조를 맞추면서 더 온전한 지구에서 더 번영하는 방법을 찾게 됐다고 강조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첫 지구의 날’ 행사가 열린 1970년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세계 경제는 제2차세계대전 이후 성장을 거듭했지만 한쪽에선 환경과 자원에 대한 비관론도 거세지고 있었다. 일례로 다음과 같은 예측이 미국 상원의원, 노벨상 수상자, 대학교수의 입에서 나왔다. “25년 안에 모든 생물종의 75~80%가 사라질 것이라고 믿는다.” “2000년에는 서유럽, 북아메리카, 호주를 제외한 전 세계가 기근에 빠질 것이다.” “인류가 직면한 문제들에 맞서서 즉시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15~30년 안에 문명은 종말을 고할 것이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에서야 지나쳤다 싶지만 당시엔 기술발전과 자본주의의 결합이 가져올 잿빛 미래가 낯설지 않았다. 한편으론 이같은 경고 덕에 인류가 방향을 수정해 최악의 상황을 모면했다는 생각도 들 것이다. 하지만 책 ‘포스트 피크’의 저자이자 미국 MIT 슬론경영대학원 부교수인 앤드루 맥아피는 기술발전과 자본주의의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고 말한다. 온실가스를 포함한 오늘날 환경문제, 자원 문제도 기술발전과 자본주의의 가속페달을 밟음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책은 이처럼 산업혁명 이후 두 세기 넘게 지구를 착취해온 인류가 마침내 ‘덜 쓰면서 더 많이 생산하는’ 방법을 찾았다는 도발적인 낙관론에 기대고 있다.


네 기수가 찾아낸 번영의 길

책은 먼저 산업혁명 이후 효율이 높아질수록 자원의 총소비량도 더 늘 것이라는 윌리엄 제번스와 알프레드 마셜의 전망이 더는 유효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를 위해 미국에서 금속, 종이, 에너지 소비량이 정점을 찍고 하락하는 그래프를 들고 온다. 이를 보면 철강 사용량이 정점에 비해 15% 넘게 줄어든 것을 비롯해 알루미늄과 구리 소비도 각각 32%, 40% 넘게 감소했다. 목재와 종이 역시 꼭대기와 비교할 때 각각 3분의 1, 절반 가까이 덜 쓰고 있다. 더 놀라운 건 전체 에너지 소비량이다. 2017년 에너지소비량은 정점을 찍은 2008년에 비해 2% 가까이 줄었다. 같은 기간 미국 경제는 15% 성장했다.

소비 곡선을 아래로 당겨 저자를 낙관하게 만든 첫 번째 힘은 ‘기술발전’과 ‘자본주의’의 끈끈한 결합이다. 자본주의는 늘 그렇듯 이익을 극대화하는 강력한 동기를 부여하고, 기술발전은 이를 구현해 탈물질화를 촉진한다. 단적으로 알루미늄 캔은 제조사들이 두께와 접합 부위를 줄여 재료 소비를 극적으로 떨어뜨렸다. 1972년 21g 정도였던 알루미늄 캔 무게는 2011년엔 12.75g밖에 나가지 않게 됐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다 따로 사야했던 계산기, 라디오, 캠코더, 카메라 등의 기기는 스마트폰 한 대면 충분하다. 수압 파쇄 기술로 청정에너지 천연가스의 생산비가 줄어 석탄을 덜 쓰게 된 것도 환경에 보탬이 됐다.

저자는 지구를 갈아 넣은 산업시대와 달리 덜 쓰고 더 취하는 지금을 자신의 다른 책 제목과 같은 ‘제2의 기계시대’로 부른다. 제2의 기계시대는 컴퓨터와 관련 기기들의 혁명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모두 우리가 줄이고, 교환하고, 최적화하고, 증발시킬 수 있게 해준다. 나는 그것들이 우리가 지구를 더 가볍게 디딜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발명한 도구 중 최고라고 주장하련다. 모든 원리들은 기술발전과 자본주의의 조합에서 나온다.”

저자의 낙관론을 강화한 두 번째 힘은 ‘대중의 인식’과 ‘반응하는 정부’다. 저자는 기술발전, 자본주의에 이어 이 두 가지를 더해 ‘낙관주의의 네 기수(four horsemen of optimist)’라고 명명한다. 대중의 인식과 반응하는 정부는 간단히 말하면 기술발전과 자본주의의 ‘폭주’ 가능성을 교정하는 방향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시장이 대처 못하는 환경오염과 같은 외부 효과를 줄이기 위해선 대중이 여론을 환기하고, 정부가 이에 반응해 감시와 실행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배출권 거래제, 탄소세 같은 법과 규제로 현실화된다. 이러한 노력들로 1985년 육지면적의 4%에 불과했던 보전구역은 2015년엔 15.4%로 늘었다. 이밖에 깨끗한 식수를 사용하는 인구 비율의 증가, 생물량 손실 역전 등 여러 통계도 지구환경 개선 사례로 언급된다.

남아 있는 문제들

저자의 낙관은 오늘에 대한 분석을 넘어 내일에 대한 기대로 이어진다. “또 다른 약탈기 사이의 기분 좋은 짧은 시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낙관은 호기로운 내기로 연결됐다. 저자는 2029년에 금속, 산업용 물질, 목재, 종이, 비료, 농업용수, 에너지 소비가 줄어드는 데 베팅했다. ‘경작지를 덜 쓴다’ ‘온실가스를 덜 배출한다’ 같은 미래상도 조건으로 제시하고 10만 달러를 걸었다. 이는 책에도 소개된 1980년 줄리언 사이먼과 폴 에를리히의 내기에서 착안했다. 환경과 자원에 대한 낙관론과 비관론을 각각 대표하는 두 사람은 ‘10년 뒤 5가지 금속 가격은 어떻게 변할까’를 두고 판돈을 걸었다. 결과는 가격이 떨어지는 데 건 사이먼의 승리였다.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오늘날 상황이 매우 좋다거나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우선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 온난화 문제는 시급히 대처해야 할 문제라고 보고 있다. 해양 남획 같은 생물종에 대한 위협 역시 여전하다. 유대감 약화로 고립된 개인과 계층이 늘어나는 배경에 경제력 집중이 있다고 보고 지역별 선별 지원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가정과 개인이 기업과 국가를 움직이도록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투표를 하고, 남들에게 투표하도록 설득하며, 선출된 공직자를 만나고, 대중에게 알리고, 집회를 열고, 평화 시위를 하는 등 온갖 시민 참여 수단을 써서 정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정말로 직관에 반하는 발견”이라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의 추천사처럼 ‘포스트 피크’는 통념에 반하는 주장이 대전제로 깔려 있다. 책에 나온 원전 및 유전자변형농산물(GMO)에 대한 적극적 옹호도 논쟁을 부를 사안이다. 저자 역시 이를 의식한 듯 서문에서 “열린 마음”으로 대해달라고 당부한다. 그런 점에서 책 막바지에 유대감 강화 방안을 논의하며 말한 다음 문장은 책 자체에 대한 당부로도 읽힌다. “많은 이가 신념과 도덕적 토대로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할 때, 그들의 생각이 왜 틀렸는지를 보여주려고 성급하게 시도하는 경향이 강하다. 논리에 결함이 있다거나, 내세우는 증거가 가짜 뉴스라고 하거나, 신념에 근거가 없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그런 시도가 먹히는 일은 거의 없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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